• 조선일보 9일자 사설 '이재오 최고위원의 때놓친 사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성명을 통해 “내가 당 화합의 결림돌이라고 한다. 스스로 그 걸림돌을 치우겠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최근 박근혜 전 대표 측을 겨냥해 “경선이 끝나지 않은 줄로 착각하는 세력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 “오만의 극치”라는 박 전 대표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이회창씨 제압에 필수적인 박 전 대표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이명박 후보의 결정이다. 이회창씨의 한나라당 탈당과 대선 출마는 이씨의 대통령직을 향한 집착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경선 이후 사사건건 반목해 온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사이에서 이씨가 자신이 숨 쉴 공간을 찾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씨가 출마 회견에서 “박 전 대표와 뜻이 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다.

    문제는 양쪽 진영 모두에 있다. 그러나 책임의 선후를 따진다면 50% 안팎의 지지율에 자만했던 이 후보 진영, 더 정확히 지적하면 이 후보 개인이 짊어져야 마땅하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자 이 후보 측은 “이제 공은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갔다”고 하고 있다. 무슨 공이 어디로 넘어갔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이겨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면 이 후보와 그 진영은 지금처럼 아까워할 것도, 머뭇거릴 것도 없다. 공천 장사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공천으로 경선 때 반대 진영에 섰던 의원을 응징할 생각이 아니라면 다 박 전 대표 측에 넘겨줘야 한다. 그러면 공은 확실히 박 전 대표 측에게로 넘어간다. 그러고도 박 전 대표 진영 사람들이 지금처럼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당 공식 후보 험담만 하고 있다면 허물도 비난도 그 쪽이 지게 된다. 현실적으로 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이긴다면 대통령이 있는데도 당권을 쥐었다고 멋대로 공천을 분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박 전 대표는 당 후보인 이명박 후보와, 탈당자이며 사실상의 경선 불복자인 이회창씨 사이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11·12일 열릴 한나라당 대구·경북 필승결의대회에도 ‘현재로선’ 참석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지난 8월 20일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박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내 지지자들도 정권교체를 위해 힘써달라”고 했다. 어느 한 쪽의 말이라도 진심이었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 사정으론 지금 어느 쪽의 허물이 먼저였나, 어느 쪽 책임이 더 큰가를 물을 이유도, 여유도 없다. 이 후보는 모든 것을 내놓고 던져 사태를 풀어야 하고, 박 전 대표는 경선 승복의 연설을 떠올리며 이 후보의 당선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승복의 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