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22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잠행 이틀만에 어제 복귀함으로써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은 일단 파국을 면했다. 비록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완주 의사를 밝혔으나 여러 차례 말을 바꾼 전력 때문에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선 회견 내용이나 회견 직후 행동을 보면 그가 경선을 계속할 의지가 있는 지 불분명하다. 경선대책본부를 해체하고, 선거캠프 사무실을 폐쇄하는 대신 자원봉사자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말이 복귀지 더 이상 결과가 뻔한 경선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해못할 손 후보의 행동은 이뿐만 아니다. 경선 복귀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TV 토론 불참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후보 TV토론이 예정돼 있는 부산이 아닌 광주를 찾았다. 망월동 5·18 국립묘지 방문을 통해 부산·경남에 앞서 29일 치러지는 광주·전남 순회경선에서 동정표를 얻기 위한 ‘쇼’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손 후보의 자책골로 경선에 대한 관심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 신문사가 손 후보 잠행 중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신당 경선에 ‘관심 없다’는 대답이 59.1%(관심 있다 38.5%)였다. 그 이유는 ‘후보간 수준 낮은 공방’(40.1%), ‘내분’(21.6%) 순으로 나타났다. 신당 경선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은 순전히 내부 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형식적이건 아니건 손 후보가 경선 복귀를 선언한 이상 유권자와의 약속을 팽개치고, 무시로 경선 규칙을 어기는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혹시라도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겠다는 심산이라면 경선을 포기하거나 정계를 떠나는 것이 본인이나 한국 정치 미래를 위해 훨씬 바람직하다. 그것이 지지자와 캠프 구성원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