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올림머리’로 돌아온 박근혜 후보는 차분했지만 공격적이었다. 29일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그야말로 조목조목 ‘할 말은 다했다.’ 주어진 답변 시간을 넘겨가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으며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판엔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당원들이 기대했던 이명박 후보와의 ‘한판’은 없었다. 이 후보 경제정책에 대한 박 후보의 공격 수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토론회에서 지나친 공격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고 선두주자인 이 후보에게 타 후보들의 공격이 집중될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호토론 시간의 대부분을 이 후보에게 할애했다. 그는 이 후보의 ‘대한민국 7·4·7’ 정책에 대해 “임기 5년의 대통령이 왜 10년 후를 공약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세계 7위도 어떻게 계산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전문가들이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매년 7% 성장해도 경제규모 세계 7위는 어렵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러 맞추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 후보의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는 “과학기술 혁명을 외형에 치중하는 건설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그는 “21세기 경쟁력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교육과 과학기술 혁명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고 과학기술인들이 자긍심을 갖지 못하고 있기에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고진화 후보가 박 후보에게 공격의 기회를 제공했다. 첫 번째 질문 시간을 이 후보에게 집중했던 고 후보는 추가 질문 시간에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평가를 박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경제를 살리는 이 후보의 가장 중요한 정책을 내가 평가하는 운명이 됐다”고 여유를 부린 뒤 “21세기에 그런 운하를 파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타당성이 있는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얼마 전에도 독일 운하에서 바지선이 뒤집혀 큰 사고가 났다. 그래도 독일은 운하를 식수원으로 쓰지 않는다”며 “경부운하는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한다. 이 낙동강과 한강 물을 먹고 사는 인구가 3000만명은 된다”고 지적했다. “화공약품을 실은 배가 사고가 나서 운하가 오염된다면 어떻게 하느냐. 강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대표 공약인 ‘열차 페리’가 경제적 효율성이 없다는 고 후보의 공격에 대해 박 후보는 “열차페리에 대해 너무 공부를 안하고 말한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정면 반박했다.

    85분 가량 진행된 토론을 마친 박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열띤 토론을 보니 희망을 본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다. 머리 속과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주어진 발언 시간을 초과해 가면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싶다, 정치하면서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한 적 없고 약속을 어긴 적 없다. 내 진심을 당원들에게 알리면서 무거운 선택을 기다리고 깨끗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하겠다”고 역설했다.[=광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