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진영의 시민사회세력인 ‘창조한국 미래구상’과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이 15일 통합출범식을 겸한 창립대회를 갖고 정치세력화를 공식 천명했다. 이들은 오는 6월 중순까지 신당을 창당하는데 주력하되, 정치권과는 당분간 거리두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해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임종인 민병두 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현 정치정세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민주평화진보개혁세력의 대동단결에 적극 노력하고 ▲신당 창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말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평화진보개혁이 국민경선을 통한 단일후보를 만들어 내는 운동에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특히 “수구보수세력의 냉전적인 대립주의, 동북아를 둘러싼 군사팽창주의와 패권주의, 사이비 뉴라이트 운동에 단호히 맞서 싸워 나가고 민주평화진보개혁진영 내의 과거 지향적이고 분열적인 노선과 정책과 태도를 척결하는 데에도 앞장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최열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6월 중순까지는 신당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문국현 사장을 위한 신당은 아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최 대표는 정치권의 통합작업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시각에 맞는, 개혁적이고 전문적이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에 대해서는 향후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정치권의 통합추진작업과는 거리를 두되, 시민사회세력의 신당 창당 작업에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이 협력하는 방식을 통해 적극적인 정치세력화를 꾀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신당 창당 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세력이라는 이점 외에는 정치권을 주도할 별다른 구심력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정치권의 통합논의에 휩쓸려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온다. 

    이날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축하 영상을 통해 “민주화운동 인사와 지역사회·시민운동하는 분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니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생긴다”면서 “한반도 전체에 새로운 희망과 꿈이 넘쳐나도록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 등 20여명을 공동대표로 선출했으며 정대화 상지대 교수를 정책연구단장 겸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정치세력화를 공식 천명하고 나선 이들은 당장 1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대한민국 희망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전남 목포에서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강연회와 토론회 등을 갖기로 했다. 신당 창당의 필요성 등을 알리는 동시에 신당 창당을 대비한 준비활동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은 또 ‘5․18 민주항쟁 주간’을 맞아 ‘전국교수노동조합’ ‘70·80 민주화 학생운동 연대’ 등 유관 단체들이 참여하는 ‘5․18 국민 참배단’을 꾸리기로도 했다.

    한편, 이들이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공식 천명하면서도 일단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한 탓인지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당 의장은 마이크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30여분간 행사를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먼저 자리를 뜬 정 전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시민사회세력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정치참여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다”면서 “이대로 가면 5․18 정신이 5․16 세력에 짓밟히게 돼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5․16세력은 60~70년대 개발독재세력이 아니냐”면서 “역사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안타까워 해 각 분야에서 묵묵히 헌신해온 분들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이들의 정치세력화 선언을 추켜세웠다. 정 전 의장은 “통합없이는 길이 없다”며 “이른바 소수원리주의 그룹만이 뭉쳐서는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을 수 없으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정 전 의장의 이날 행사 참여는 당초 일정에 없었다. 전날까지도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지만 당일 초청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보다 5분여쯤 뒤에 자리를 뜬 김 전 의장은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할 기대를 갖는다”면서 이들의 정치세력화 천명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