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정국구상을 위해 사흘간 잠행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전국투어를 재가동했다. 박 전 대표는 호남에 이어 두번째 전국투어 행선지로 부산을 택했다.
     

    부산은 최근 지지율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는 곳이다. 지난달 20, 21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부산지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박 전 대표의 부산지역 지지율은 31.9%로 설 이전(28.1% 10일~13일, 동일기간)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지지율(41.2%)은 설 이전(45.2%)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9.3%포인트로 설 이전(17.1%)보다 큰 폭으로 좁혀진 점, 부산이 당의 텃밭이라는 점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의 두 사람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라는 점은 박 전 대표가 역전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런 변화의 기류가 생긴 부산을 시작으로 텃밭인 영남에서 바람몰이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박 전 대표를 맞는 부산지역의 분위기도 좋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에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인 박사모 회원 100여명이 환대 했고 박 전 대표도 손을 흔들며 화답하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공항에서 박 전 대표를 우연히 마주친 지역민들 역시 박 전 대표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곳곳에서 플래쉬를 터뜨렸다. 

    박 전 대표를 본 지역민들은 "너무 예뻐요" "헤어스타일 바꿨네. 난 육영수 올림머리가 더 좋은데"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곧바로 부산진구 초읍동 삼광사로 이동했다. 천태종 소속인 삼광사에는 평소보다 많은 신도들이 찾았고 이들은 박 전 대표를 보자 "박근혜 대통령 만들어 선진국 만들자" "대통령 될 거에요"라며 환대했다. 

    일부 신도들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아무 걱정 마세요"며 최근 이 전 시장과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위로하기도 했고 한 신도는 "지지율이 밀린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힘으로 되는 것 아니다"며 박 전 대표에게 "걱정마세요. 대통령 되실거에요"라고 말했다. 삼광사 주지 영재 스님이 박 전 대표에게 직접 염주를 목에 걸어주며 "이걸 목에 걸면 마음 먹은 대로 다 된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평소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보름을 맞아 삼광사에서 열린 인등불공 점등집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여기 있는 등불 하나하나가 신도들의 소원성취를 이뤄줄 것이다. 가정이 화목하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살림살이가 펴져서 행복한 나라가 되도록 나도 불빛 하나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이데 궂은 날씨로 안타깝지만 구름 위의 보름달을 마음 속으로 봤으면 한다"며 "부처님께서 보이는 현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고 달은 항상 둥글지만 어디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리보인다"고 했다. 

    주지스님은 박 전 대표에게 설 돈이라며 1000원짜리 세장을 건넸다. 그러면서 천원짜리 세장을 준 이유를 "하나는 시작이고 둘은 진행이고 셋은 이뤄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동행한 서병수 의원이 "저는 많이 주시죠"라고 했고 박 전 대표는 서 의원에게 "욕심을 내면 안된다니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한 신도가 박 전 대표에게 "대표님은 5개국어를 하신다면서요"라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우리말을 빼면 4개국어"라면서 "학교 다니던 시절 자꾸 세계가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필요할 것 같아 배웠고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며 사용할 기회가 많았다"고 답한 뒤 "모두 독학으로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한 신도가 "삼광사에 신도가 많은 것은 주지스님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잘 해주셔서 그렇다"고 하자 "나는 유머가 많아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시는 분들이 부럽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부산지역에서 지지율이 많이 올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역할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는 질문에 "나는 국민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의 최고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한 나라로 이제는 선진국이 돼서 모두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내 소망"이라고 답했다. 그는 "거의 쓰러져가는 당을 맡아서 사심없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자세로 원칙과 이념을 지켜 당을 살렸다"며 "그런 사심없는 마음으로 한다면 우리나라를 반드시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더 많은 국민들을 만나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자신이 33년전 직접 테이프 커팅을 했던 '한국경로복지회 경로병원'을 방문하고 부산·경남 지역 미용사회 간담회를 마친 뒤 해운대에서 열리는 대보름 달맞이 행사에도 참석한다. 

    이날 박 전 대표의 부산 방문에는 김무성 허태열 김희정 서병수 엄호성 김병호 한선교 의원이 동행했다.[=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