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의 '언론과 대립각 세우기'가 다시 시작됐다.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21일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브리핑에 '학자라면 학문적으로 말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선일보'의 이날자 '노무현정부 4년 평가' 특집 보도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양 비서관은 이번 특집보도를 "어이없다"고 폄하하며, 이 신문을 '욕 사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조선일보'는 지난 4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저주 아니면 욕만 해댔다"며 "이번 특집은 '조선일보'가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대단원의 '욕 사전'처럼 보인다"고 힐난했다. 또 "뭐 하나 새로운 지적이나 평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매일 지면에서 지긋지긋하게 보던 내용의 재탕삼탕"이라고도 했다.

    양 비서관은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으로 옥살이를 할 때, 일반 수형자들은 옥에 갇혀 사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하루 한 번 마구 욕을 해대는 것으로 풀었다"면서 "취침 사이렌과 함께 누군가가 '각 방 욕쟁이 집합!'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일제히 창밖에 대고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지르며 온갖 욕을 다 쏟아낸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특정신문들을 보며 가끔씩 그 때 기억이 오버랩된다"며 "노 대통령의 참모이기 때문에 다소 예민하게 느끼는 면도 있겠지만 최대한 중립성을 갖고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자신이 경험한 감옥에서의 '욕쟁이 대회'를 신문보도에 갖다댄 것이다.

    양 비서관은 "내용에 대해선 '청와대브리핑'이 추후 한 분야, 한 분야 반박할 예정이니 오늘은 구성과 형식의 완결성을 따져보겠다"면서 일단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비판했다. 그는 "첫째, 명색이 '공동조사'라 한다면 기준과 분석의 틀, 조사기법과 비교자료를 뭘 갖고 했는지 학문적 근거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분석수치나 통계는 찾을 수 없다. 누구를 상대로 뭘 어떻게 묻고 어떤 결론을 도출했는지의 과정이 명료치 않다"고 말했다. 또 "둘째, 해당 특집이 내린 결론은 온통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 제대로 된 공동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좌다. 셋째, 공동조사를 했다는 이 모임의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양 비서관은 이어 조사에 참여한 '정책과 리더십 포럼' 모임의 회원 면면을 언급하며 조사결과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학자 두 명은, 이념적 대척점이 뚜렷했던 전시작전권 환수반대 성명에 서명했던 사람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은 보수성향이 뚜렷한 단체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다른 한 사람은 '조선일보' 고정 필자"라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경력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작업을 했으니 이런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 아닌가"고 반문했다. 양 비서관은 "그래도 무게 있는 언론사가 실시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안사안에 대해 '조선일보'가 어떤 비방을 일삼든 그 회사의 선택"이라면서도 "하지만 명료한 근거나 객관적 기준도 없이 4년 평가라는 이름으로 학자들을 끌어들여 기사인지, 칼럼인지, 사실인지, 주장인지 구분도 안 가는 공격을 가한다면 그 실체에 대해 주저함 없이 허상을 파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조선일보 공격'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양 비서관은 참여한 학자들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일부 학자들도 '조선일보' 칼럼에서나 볼 수 있는 주관적 견해와 '조사' '분석'을 참칭한 무분별한 공격을 냉정하게 구분해 주기 바란다"며 "학자는 학술적으로 접근할 때 의미 있는 이름"이라는 충고(?)까지 더했다. 양 비서관은 "특히 따질 일이 있으면 일부 정치신문의 울타리 안에서 감성과 느낌으로 주장만 일삼지 말고 다른 공론의 장에서 학자적 양심과 소신으로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정부 당국자와 책임 있게 논쟁해 볼 것을 권고한다"고 주장해 최근 일고 있는 최장집 교수의 진보 비판을 겨냥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자 신문에 '노무현 정부 4년 평가' 특집보도를 냈다. 조사결과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평가가 74.1%로 가장 높았고, 응답자의 52%가 '살림살이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75%는 '사회가 분열됐다'고 응답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 국민은 노 정권이 가장 잘못한 일로는 '부동산 정책 미흡'을 가장 많이 꼽았고, 노 대통령이 잘한 일은 '없다'(30.9%) '모르겠다'(31%)고 답했고, '빈부격차 커졌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의 83.4%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양 비서관이 언급한 '정책과 리더십 포럼'이라는 중견 학자들의 모임은 노무현 정부 4년은 실패의 연속으로 규정하고,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했다. 그것은 ▲노 정권이 지향한 근본 목표의 시대 착오성 ▲집권 세력의 능력 부족 ▲국민의 공개적인 경고를 4년 내내 무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욕쟁이 눈에는 욕 밖에 보이지 않는 법”이라면서 양 비서관을 강력히 비판했다. 황석근 부대변인은 “정부를 평가한 기사를 두고 청와대 비서관이 욕 사전으로 표현한 것은 아마 전무후무한 최고의 저질 발언으로 기록될 것 같다"며 "욕쟁이 눈에는 욕 밖에 보이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해당 기사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려 있고, 교수들의 토의 내용이 기고형식으로 게재돼 있다"면서 "여론조사인지 정책분석인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쓸데 없는 생떼요, 트집 잡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수들의 기고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면 학문과 표현의 자유조차 인정하지 않는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인 사고의 결과"라며 "학자가 전작권 환수 반대에 서명했다고 해서, 평가의 객관성을 문제 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연좌제에 매여 있는 낡은 사고요, 본질 흐리기용 물타기 수법"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또 "청와대 브리핑을 볼 때마다 국민의 혈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민이 지긋지긋한 것은 언론의 기사가 아니라 입만 열면 언론에 저주를 퍼붓는 저질스런 청와대 브리핑 내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