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논쟁’을 촉발시킨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1일 “정부 교체가 한나라당이어서 안 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라면서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 교수는 잇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참여정부는 실패했으며 차기 대선에서 특단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지로 진보진영내부의 논란을 불러왔으며, 이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이 최 교수를 겨냥해 비판하고 나서면서 진보 논쟁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날자 중앙일보 인터뷰(20일 실시)를 통해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다수 지지를 얻은 정당으로 정부 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당연한 현상 아니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진보 진영 일각에서 범여권과 한나라당의 대립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보면서 참여정부의 실패가 정권 교체의 당연한 수용으로 이어지는 식의 문제의식에 이의를 제기한데 대해서는 “20년 전이라면 모를까 이제 민주화가 됐지 않았느냐. 그런데 무슨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있느냐”고 했다.

    최 교수는 “이제 정책과 내용을 정당을 평가해 한다”면서 “내용 면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아울러 노 대통령의 지난 17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한다’는 글을 통해 비판한 진보진영이 대표적으로 자신을 염두에 뒀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정당․선거 민주주의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면서 “대통령께서 왜 그러셨는지 저도 모르겠다. 제가 직접 대응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또 자신의 발언이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정당 민주주의의 원론을 얘기한 것과 구체적으로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저는 어떤 특정 정당을 지지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것은 유권자 개개인이 판단할 몫”이라면서 “저는 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가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참여정부 실패‘, 정당한 평가입니까’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통해 최 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조 전 수석은 우선 “낮은 지지도만으로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개체주의적 오류(개인의 주관적 평가를 합산해 시스템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환원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면서 “대종상 연기상과 인기상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조 전 수석은 “(최 교수가)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말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인데, 모든 선거가 정부의 실패와 성공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재보궐선거는 조직선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재보궐선거는 그 지역의 행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수석은 또 “대선을 앞두고 참여정부에 대한 최 교수의 평가가 유권자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최 교수의 지명도와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논리적 근거와 경험적 자료를 갖춰 참여정부를 평가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도 했다.

    조 전 수석은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통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던 이유는 바로 열린당을 구하고 정당이 뿌리를 내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당의 분화 필요성은 존재하지만 선거제도 때문에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민주화진영이 다시 합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바로 정당의 제도화를 막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대연정을 통해서라도 선거제도를 고치려는 대통령의 제안을 진보학자들은 왜 외면했느냐. 어차피 열린당과 한나라당이 비슷하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연정에는 반대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