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달라졌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외모적으로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던 20대 시절부터 고수해오던 ‘육영수식 올림머리’를 풀고 단발머리로 헤어스타일에 바꿨으며 즐겨 입던 플레어스커트도 벗어버렸다. 어투도 공격적으로 변했으며 제스처도 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변화는 ‘능수능란’해졌다는 점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틀에 박힌 답변만 내놓던 예전과 달리 ‘애드리브’까지 섞어 가며 받아 넘기는 박 전 대표의 모습에서 노련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런 박 전 대표의 변화는 5일 서울 여의도 개인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엿보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까지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경제비전을 제시했다. ‘사람경제론’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5(%)+2(%)’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경제 비전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경제 관련 질문으로 ‘몸을 푼’ 기자들은 곧 당내 정체성 논란에 대해 물었다. 유석춘 참정치운동본부장과 김용갑 의원으로부터 탈당과 대선불출마 선언을 요구받은 원희룡·고진화 의원은 ‘음모론’을 제기하며 그 배후로 박 전 대표를 지목한 상태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여유롭게 웃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자간담회에서부터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피해갔다. 한창 논란 중인 정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경우 기자간담회의 주제인 경제 비전이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번 교육에 대해 이야기 드리면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교육이 묻혀 버린다는 것 증명하지 않았느냐”며 “(정치 현안에 대해) 얼마든지 말씀 드릴 수 있지만 몇 가지 답을 하다 보면 내일 어떻게 보도될 지 아니까…”라고 언론의 ‘속성’을 꼬집어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교육 정책을 발표한 지난 주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정치 현안 관련 질문을 피해가다가 오찬 자리에서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 위반 판결 판사 실명 공개에 대해 “나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간단히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결국 언론에는 박 전 대표의 정치 현안에 대한 답변이 주로 기사화 되면서 공들여 준비한 교육정책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경제문제는 기자들의 자녀에게도 중요하지만 지금 질문한 것(정체성 논란)은 1, 2년 후면 쓸모없을 수 있다”며 “그런데 보도가 그런 것으로 덮이니까 경제가 죽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 정책을 살리기 위해서 오늘은 삼가고 내일 물어보시라. 내일 여수까지 오시면 현안에 대해 답해 드리겠다”고 기자들에게 ‘미끼’를 던지는 여유까지 보였다.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듣고 싶다면 다음날 전남 여수 방문 일정에 동행 취재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