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우회 등 전직군인단체와 종교계 등 227개 단체로 구성된 ‘북핵반대∙한미연합사해체반대 1000만인 서명운동본부’ 회원과 시민 등 1000여명은 9일 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북한의 핵실험 규탄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행사가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행사장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주최측에서 나눠주는 촛불을 들고 모여든 시민단체 회원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또 연사들이 ‘북한 핵무기 개발 중단’과 ‘김정일 정권 타도’ 등을 선창할 때마다 태극기와 ‘북핵반대’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흔들며 따라 외쳤다.


    행사에 참석한 정훈식씨(67, 가명 서울성북동)는 “북핵실험은 곧 대한민국에 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했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확인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노 정권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10대와 20~30대들도 많이 참석해 평소 장년층이 대다수인 보수진영의 집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 윤성은 학생(19)은 “북핵실험 발표를 듣고 사태의 급박함을 느꼈다”며 “북한의 핵이 대한민국에 떨어지면 입시도 치를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종명씨(37, 서울중계동)도 “퇴근 후 바로 이곳으로 왔다”며 “북핵실험 발표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일하는 회사 동료들을 보니 답답했다. 노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탈북 동포 피아니스트인 김철웅씨가 자신이 직접 편곡한 곡 ‘아리랑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시작된 행사에서 주최측은 “노 정권은 북핵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노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상임의장은 “애국가의 가사처럼 하느님이 대한민국을 보우할 것”이라며 “지난번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하는 게 이해가 간다’라는 제정신이 아닌 발언을 하더라, 과연 노 정권이 북한 핵무기의 심각성을 고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금은 욕심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평화와 한반도 번영을 위해 관민이 하나가 될 때”라며 “노 정권은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민을 안보불안에 빠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작통권을 환수하면 북핵과 맞서 싸울 수 없다"고 주장했고 서경석 목사도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 `민족의 적' 김정일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는 21일까지 촛불집회를 계속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 핵실험을 민족의 이름으로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6일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여 북한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경고하였을 뿐 아니라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북한 지도부를 향해 여러 차례 강도 높은 경고와 압박을 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온 국제사회 전체를 향한 명백한 도발이자 세계평화를 거스르는 ‘반역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은 북한 핵개발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면서 군사대국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미일동맹을 견제하기 위해 군비 강화를 본격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한반도는 언제든지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력으로 뒤덮일 수 있는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대북 퍼주기 논란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았던 것은 그만큼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평화적 통일에 대한 염원이 컸기 때문”이라며 “북한 핵실험은 지난 10년간 추진돼온 ‘햇볕정책’이 총체적으로 파탄났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지난 10년간 한반도는 더욱 위험한 지역이 됐으며 우리 안보의 중심 틀이었던 한미동맹은 해체의 위기에 직면해 국민의 인내가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대북 안보라인 인사 전면 교체 ▲국난 극복을 위한 여야 정치인의 시국수습안 마련 ▲내각 총사퇴와 안보내각 구성 ▲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 시인 및 전시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시도 중단 ▲강경한 대북압박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을 포함한 일체의 대북지원 전면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편 행사장 한 켠에서는 구국결사대, 나라사랑시민연대, 라이트코리아 등 일부 보수단체들이 ‘김정일 초상화’를 비롯한 김정일 정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 피켓 등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하며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자’고 연신 외쳐대 주최측과 마찰이 일기도 했다. 촛불집회는 오는 22일까지 13일 동안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