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전직 국방장관들이 2일 윤광웅 국방장관이 주관한 간담회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군 단독행사 문제에 대해 작심한 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성은, 이상훈, 조영길씨 등 13명의 전직 장관과 백선엽 예비역 대장, 이정린 전 국방차관 등 15명의 참석자 가운데 일부가 이날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오찬 간담회 내내 우리 군이 단독행사하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전시 작통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스스럼없이 드러낸 것. 이들은 현재 한미가 공동행사하고 있는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하려면 정보전력 등 일정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작통권 환수가 경우에 따라서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로 작통권 단독행사에 우려감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김성은 전 장관(1963~1968)은 "전시 작통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려면 미군이 정보를 계속 지원해 준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겠느냐"며 "현 시점에서 작통권을 단독행사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상훈 전 장관(1988~1990년)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문제로 유엔에서 제재안을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작통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면서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를 의제로 상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 2008년께 한미연합사와 비슷한 미일 연합사를 설치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왜 거꾸로 가려 하느냐"고도 했다. 

    미일 연합사 창설 주장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과 병렬형 지휘구조체제인 일본은 한미 연합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현재 가동 중인 미일 공동작전소의 기능과 편성을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이 전 장관이 아마 이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참여정부 첫 국방장관을 지낸 조영길 전 장관은 "(작통권 단독 행사 시기를 정하는 것은) 현직 장관이 알아서 할 것이고 오늘 모임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우려하는 것을 장관에게 전달하려고 마련된 자리"라며 "장관이 좀 더 소신있게 일을 잘하도록 힘을 실어주려고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현 전 장관(1977~1979년)은 "전시 작통권은 1978년 연합사 창설 당시 한미가 공동으로 행사토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작통권 환수라는 용어는 잘못됐으며 단독행사라는 말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작통권 단독행사 문제를 놓고 최근 군 안팎에서 긍.부정론이 함께 제기됨에 따라 군 원로들이 윤 장관에게 요청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정린 성우회 사무총장은 "안보 일선에 직접 섰던 사람들은 연합사의 작전지휘체제와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 버팀목에)변동이 있기 때문에 장관을 만나 물어봐야겠다는 공감이 이뤄진 것"이라고 간담회 성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의 비판 발언 수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자 국방부 관계자들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간담회 참석한 13명의 전직 장관 가운데 9명이 60년대 초부터 90년대 초까지 국방부를 이끌었고 이 가운데 김동진씨 등 일부는 우리 군의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깊숙이 관여했던 터라 작통권 문제에 대해 나름의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발언의 수위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군의 능력과 준비기간, 주한미군 변화 시기 등을 판단해 미측과 협의 중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한미가 오는 10월 로드맵을 내놓기로 합의한 전시 작통권 문제에 대해 일부 전직 장관들이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은 막연한 안보 불안감을 바탕으로 한 '발목잡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후배들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나가고 있는 군사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 수준을 넘어서 '강압적인 언사'로 이를 뒤집으려는 것은 선배답지 않는 처사라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선배들이 옛날 전투경험을 토대로 한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치 신세대와 구세대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