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6 재보선 서울 성북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당락이 정치권의 최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조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반 노무현, 비 한나라당'의 중심축이 급격히 민주당, 혹은 조 후보로 이동해 정계개편의 큰 변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에게는 '수도권 교두보 확보'라는 의미를 넘어, 정계개편의 중심축에 자리잡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한석도 건지지 못한다면, 또 다시 지도부 책임론에 따른 내홍과 동시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처할 지경이다.

    '반노무현' 정치권 새판짜기 가속화…정계개편 축 민주당으로 이동

    한화갑 대표가 최근 열린당 정대철 고문과 만나 '정치권 새판짜기'논의로 불씨를 지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대표는 당명변경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민주당은 향후 예상되는 정치지형 변동속에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한 열린당 소속의원들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태세다. 조 후보의 당선으로 호남의 대표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도권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민주당은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에도 우위의 입장에 설 수 있다.

    또 '탄핵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성북을 선거에서 열린당의 패배는 탄핵의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명분을 '반노진영'에 제공하게 된다. 이 경우 이미 지지율 바닥을 치고 있는 '반 노무현'분위기는 더욱 팽배해질 것이며, 여권의 정치적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중심당 이인제 최고위원, 새정치연대 장기표 대표는 '탄핵의 정당성'을 증명하겠다는 이유로 조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열린당 조재희 후보는 "탄핵세력이 정치적으로 재등장하는 것은 용납해선 안된다"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조순형 개인역량 부각…뉴라이트 세력, 범우파대연합 고리로 지목

    '미스터 쓴소리' 조 후보의 재기가 민주당 한 대표 체제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공천과정에서 한 대표가 머뭇거린 이유도 조 후보가 갖고 있는 정치적 비중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표가 정치자금법위반으로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점도 무관치않다. 현저히 낮은 정당지지도를 극복하고 접전양상까지 이끈 조 후보의 개인적 역량은 이러한 관측을 입증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 후보가 오차범위내로 접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라이트 세력의 조 후보 지원도 눈길을 끈다. 개인자격이라고는 하지만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홍 상임의장, 유석춘 공동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섰다. 김 의장은 "확실한 국가관과 외교관을 가지고 있는 조 후보가 나서서 국가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며 "개혁보수가 정권 교체를 하기위해 조 후보가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우파세력 내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성때문에 정통보수의 대표인 조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한나라당의 우파는 물론이고 민주당과 열린당의 우파도 뭉쳐야 좌우 대립이 될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범우파대연합의 고리로 조 후보를 지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조 후보의 승리가 '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표 이후 강재섭 체재에서 '재보선 불패'가 깨지게 된다는 점도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 석정도는 잃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작은 전투에서 이기고 큰 전쟁에서 패해온 전철때문에 굳이 '전승'을 고집하는 것보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편이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조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노 대통령과 여권에 정치적 타격을 줄 것이며, '범우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