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1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신중섭 강원대 철학과 교수가 쓴 '학부모가 감시해야 하는 이념교육'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교조는 막강한 교육 권력으로 성장했다. 1986년 5월10일 교육민주화선언을 시작으로 1989년 결성된 전교조는 불법무도(不法無道)한 집단으로 분류돼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지만, 1999년 합법화를 쟁취하면서 교육부에 버금가는 강력한 단체로 성장했다. 현재 9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교육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에 전교조의 창립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김진경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나치게 교사 집단만을 대변하느라 학생·학부모로부터 외면당하고 고립되고 있다”는 쓴소리를 하여 전교조로부터 공개 토론 제의를 받기도 했다.

    전교조가 “교사들만의 이익을 지나치게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조합의 본래 역할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전교조가 노동조합인 이상 자기 이익을 대변한다고 해서 비난할 일은 아니다. 교사에게 무조건 살신성인(殺身成仁)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전교조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위험한 이념을 주입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는 계기수업을 통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온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해왔다. 계기수업의 주류는 친북 민족통일·반미 교육이었다. 반미교육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친북 민족통일 교육이다. 통일교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교육을 하는 데 대해 그동안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교육부가 국가를 대표하여, 전교조를 민중교육론을 주장하고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위험 세력으로 규정하여 강력하게 통제했지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전교조의 이념교육을 막을 장치는 완전히 사라졌다. 전교조의 이념교육에 대해 국가가 손을 놓은 상태에서 적절한 다른 대책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념교육은 이전의 일방적인 반공교육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도가 지나쳤지만 국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특히 현 정부는 전교조의 이념교육에 장단을 맞추기도 했으니 국가가 무슨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 소속 현직 고교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같은 민족과 총을 겨누고 싸우는 군대에 절대 가서는 안된다”고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국기 및 국가를 부정했다고 한다. 이런 교사가 여전히 교단을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학교 학부모 140명이 이를 문제 삼아 도교육청에 진정서를 냈다고 한다. 편향된 이념교육을 문제 삼고 “교육청이 이번 진정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 소송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가 공권력이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교육에 대해 손 놓은 상태에서 학생들을 이념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학부모가 맡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 이른 것이다. 

    전교조가 요구하고 있는 차등성과급 반대, 표시시수 법제화, 학교 자치와 교장 선출 보직제 실현, 입시 위주 ‘방과 후 학교’ 중단, 사립학교법 개악 저지 및 개정 사립학교법 시행령 철저 이행 등 5대 교육 현안은 친북 통일·반미 교육과 같은 국가를 부정하는 이념교육에 비교하면 사소한 것이다. 전교조가 이념교육과 스스로 손을 끊고 순수하게 교육정책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학부모가 이념교육의 감시자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부모가 단결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