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없다” “자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5·31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 출마자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3일 첫 격돌한 TV정책토론에서 자신들이 내놓은 정책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쏟아낸 말이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 후보와 오 후보지만 ‘이미지 정치’라는 공통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두 호보는 이날 밤 민주당 박주선 후보,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와 함께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에서 진행된 ‘서울시장 후보 초청 KBS정책토론회’에서 정책공약 현실성 검증에 적극 나서며 ‘이미지 정치 꼬리표 떼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강 후보의 ‘추격전’이 눈에 띄었다. 강 후보는 다른 후보자에게 할당된 질문 시간까지 뺏어가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야 말았다. 또한 그의 말투는 한층 또렷하고 빨라져 있었으며 공격적이었다.

    반면 서울시장 후보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 후보는 ‘야당 후보 3명 vs 여당 후보 1명’ 대결 구도 탓인지 후보들의 질문이 여당 후보인 강 후보에게 몰리면서 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언기회가 줄기도 했다. 이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금실 vs 오세훈, 대표 공약 허점 캐내며 공방

    ‘이미지 정치’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강·오 후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듯 정치부분을 뺀 다른 분야에 대한 정책 토론만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서로 상대방의 대표 공약의 허점을 파고드는 적극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강 후보와 오 후보는 강북 개발 방안을 두고 1차전을 치렀다. 포문은 오 후보가 먼저 열었다. 오 후보는 용산 일대 612만평에 120만평 규모의 국제업무공간을 마련하고 공원성 타워형 아파트 16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강 후보의 ‘신도심 조성계획’에 대해 “전문가의 검토를 거쳤다고 하나 내가 문의한 전문가들에 의하면 면적 300만평에 16만호를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후보는 “열린당 경선 과정에서 이계안 의원과 토론할 때 그 같은 지적이 나와 전문가 검증을 한 번 더 거쳤다. 문제없다고 했다”고 강조한 뒤 “용적률을 높이고 25평 이하가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용산 일대 지역은 친환경 주거 지역이어서 건물을 3층 이상으로 짓지 못한다”며 “그것 때문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시청건물을 현재 자리에 증축하려는 것이고 남산 경관을 이유로 한남뉴타운이 진척 없는 것이다. 그 지역은 제한이 많은 곳이다”고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했다.

    하지만 강 후보는 “신도심 조성계획은 장기 플랜으로 생태환경 공간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사대문안의 유적지를 보존하고 북한산부터 남산, 용산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을 관악산까지 이어 가는 거대한 계획이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금실 “오세훈의 뉴타운 사업 위한 기금 형성 애매하다” ‘이에는 이’ 

    ‘일격’을 당한 강 후보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강 후보는 뉴타운 사업을 50개 지구로 늘리겠다는 오 후보의 정책에 대한 예산 마련 방법을 집중 추궁했다. 그는 “현재 이명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26개의 뉴타운 사업 중에도 중단된 것이 많다”며 “50개 지구로 넓히겠다면 사업성은 어떻게 보장하고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오 후보가 “50개 지구를 모두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뉴타운을 광역화하고 빠진 지역까지 포괄해 사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라며 답변을 이어가려 하자 강 후보가 나서 말을 자른 뒤 “사업성은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것이냐. 예산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추궁했다.

    오 후보는 뉴타운사업을 위한 예산을 “많이 오른 재산세와 종부세를 이용하겠다”고 답했고 강 후보는 뒤의 말은 더 들어보지도 않은 채 “기금 형성이 애매하다. 정부 지원이 없이 할 수 있겠느냐. 서울시가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오 후보는 결국 주어진 토론 시간이 다 돼 “되도록 중앙정부에서 도와주면 좋겠죠”라는 답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2조원 교육 예산 마련 방법 묻는 질문에 강금실 ‘동문서답’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평가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예산 마련 방법으로 ‘한방 먹은’ 오 후보는 ‘교육시장’을 강조하고 있는 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한 예산 문제로 응수했다. 강 후보가 연간 5000억원 4년 안 2조원의 예산을 공교육에 쏟아 부어 강남·북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하자, 오 후보는 즉각 2조원의 예산 마련 방법에 대해 추궁했다.

    그는 “교육에 대해 여러 지원을 하고 싶은데 예산 문제라는 난관에 부딪힌다”면서 “강 후보는 신규 예산은 투입하지 않고 일회성·전시성 예산 등 불요불급 예산을 절감하고 공사발주방법을 개선해 4년간 세출예산 2조원을 절감하겠다고 했는데 공사발주방법을 어떻게 해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강 후보는 ‘공사발주방법 개선’을 묻는 오 후보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연간 신규예산이 얼마인지 아느냐” “이 시장도 예산 절감만으로 3조원을 절감했다” “교육 부분에 예산을 먼저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등의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며 시간을 보냈다.

    오 후보의 질문에 당황했는지 질문 권한을 넘겨받은 강 후보는 ‘강북 교육 격차 해소’에 대한 토론 중이었음에도 민노당 김종철 후보에게 ‘엉뚱하게도’ 지나간 주제인 ‘뉴타운 개발’에 대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강 후보는 이내 김 후보와 박 후보에게 차례로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오 후보의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강 후보는 토론회 초반에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에 대해 “검찰권의 남용으로 인한 무고한 시민이 피해본 것으로 나를 구속한 판사와 검사들을 개인적으로는 용서하지만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자 “박 후보 세 번 무죄 판결 때 내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하고 싶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