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소장파의 좌장격인 남경필 의원은 3일 열린우리당의 6개 법안 강행처리를 한나라당이 주도한 ‘대통령 탄핵’에 비유하며 열린당을 성토했다.

    남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2004년 탄핵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지적하며 2일 본회의장 법안 강행처리 상황을 ‘탄핵의 현장 재현’이라고 비판했다. ‘열린당 날치기, 한나라당 탄핵 주도’ 모두 잘못됐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남 의원의 비판은 ‘본회의장 출입을 막은 열린당 보좌진 고발’ 등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당 지도부 입장과 미묘한 온도차를 느끼게 한다.

    남 의원은 “열린당이 지난해 말 사립학교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를 포함, 불과 다섯 달 만에 세 번째 날치기에 성공했다”며 “2년여 전에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던 ‘탄핵의 현장’이 재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안의 중대성이나 국민적 공분의 차이는 있지만 ‘힘을 가진 자들이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데 이를 사용한다’는 본질에는 차이가 없다”며 “원하는 것을 힘으로 억지로 얻고는 마치 승리한 것처럼 착각하고 자기들끼리 감격하고 자축하는 모습도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달라진 것은 ‘힘에 당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힘을 쓰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열린당은 탄핵 이후 그들이 총선에서 왜 승리했었는지, 한나라당은 왜 졌었는지를 벌써 까맣게 잊은 듯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권불십년(權不十年), 정권이 교체되는 이유를 알듯하다. 열린당은 스스로를 탄핵해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의 전략부재를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지지자들을 실망시켰을 것”이라며 “과연 치밀하게 준비했느냐, 과연 절박하게 막았느냐,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신념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 스스로도 송영선 의원이 애절하게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며 그냥 엉거주춤 시늉만 하다 본회의장을 빠져 나왔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많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광역단체장 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외면했다”면서 “어제 같은 추태를 되풀이 하면 할수록 국회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고 국회의원들은 ‘국민적 지도자의 길’에서 점점 멀어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린당과 공조한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줄타기의 달인이 돼 가고 있다”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민노당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당의 이념·정체성과는 무관하게 ‘새롭다’는 이유로 지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민노당은 기존 정당 뺨치게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작은 이익을 위해 여기저기와 짝짜꿍을 하고 있다”며 “‘다음 총선에서 민노당이 40~50석은 획득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나의 예상을 수정해야할 듯싶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