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사회책임의 김규호 사무처장이 30일 뉴데일리에 서경석 목사의 '북한인권 관련 탈북인 배제' 발언과 관련된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서경석 목사는 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는 평소에 탈북인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재작년에 강철환씨의 <수용소의 노래>를 읽고 탈북인들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 되었고 죄 아닌 죄로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 고통당했다는 증언들은 나로 하여금 참을 수없는 분노를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열심히 탈북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며 함께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 북한인권운동 정책세미나에서 있었던 약간의 소란스러웠던 일이 엉뚱하게 확대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매우 놀라고 있다.  현장에 같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당일에 일어난 일은 서경석 목사 본인도 인정하며 사과를 했던 것과 같이 단순한 실수였다.   당시의 회의 진행 형식은 서로 둘러앉은 가운데 좌담회 분위기로 매우 자유스럽게 진행되었고 서로 의견이 오가면서 상대방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었던 그런 분위기였다. 물론 한 탈북인의 발언에 대한 서 목사의 지적이 다소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었지만 민주적인 토론 장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상한 탈북인들이 더 이상 서 목사와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그 후 서먹해진 회의장에서 서 목사는 상대방을 자극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으며 지나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것이 그날 일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서 서 목사의 발언을 놓고 북한인권운동에서 탈북인을 배제하려 한 것처럼 잘못 보도했고 이를 전해들은 몇몇 언론인들이 이 문제를 확대 증폭시켰다. 

    나의 말이 탈북인들에게 불편한 생각을 줄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우선 이 일을 계기로 탈북인들의 겸손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싶다.   그날 회의에서 서경석 목사가 탈북인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은 남한사람들은 북한인권운동을 한답시고 비싼 호텔에서 밥이나 먹으며 현실을 도외시 한 채 탁상공론으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나약한 정신으로는 북한정권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서목사의 지적은 일부 탈북인들의 발언들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남한사람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할 수 있는 훈계조의 발언들을 자주 하는데 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동안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남한사람들이 적극 나서서 운동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탈북인들은 이제 한걸음 물러서서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부분이 배제라는 표현으로 오해 됨)이 북한인권운동의 전체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었다. 

    탈북인들의 남한사람에 대한 심경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남한인들이 탈북인들과 만나 그들의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 찬 책망과 훈계조의 말을 반복해서 듣게 되면 본의 아니게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너희들은 도대체 뭐냐?’는 식의 발언은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탈북인들에 대해 반감을 갖게 할 수 있다. 현재 북한 인권운동이 성공하려면 보다 많은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감정을 자극하거나 반감을 갖게 하는 발언은 삼가야 할 것이다.    

    모든 북한인권을 위해 애쓰는 많은 활동가들이 참여한 귀한 자리에서 불쾌하다고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무례한 행동이다. 의견이 다르면 정당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를 시정하도록 해야지 뜻이 다르다고 해서 당신 같은 류의 사람과는 절대로 함께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는 참으로 적절치 못했다.  

    더욱이 탈북자들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면 앞으로 누가 진솔하게 탈북인들에게 충고를 하려고 나설 것이며 누가 탈북인들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겠는가? 오히려 탈북인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 설득해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야 운동이 확산되는 것 아닌가? 서목사가 탈북자의 역할이 운동의 주체세력이 아니라 촉매자 역할이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은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가?

    남한 사람들은 탈북인의 고백과 증언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남한 사람들이 북한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 이상으로 탈북인들도 남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탈북인들은 특수한 신분이다.  북한인이면서 동시에 남한인이다. 법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남한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탈북자들도 겸손한 마음으로 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북한인과 남한인의 생각 차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어떤 방법이 남한사람들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인가를 열심히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아픔과 설음을 초월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진정한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

    더불어 사소한 차이를 확대하여 문제시한 언론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반어적인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탈북인은 필요 없는 존재이며 무조건 빠져야 된다고 말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그동안 서목사가 주장해온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전혀 할 수 없는 말이다.  이것은 북한인권운동을 위하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다. 한사람이라도 북한인권운동에 동참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열심히 돕겠다고 찾아 온 사람을 몇 가지 의견차이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 매몰차게 내몰아도 되는 것인가? 이것은 또 하나의 속 좁은 기득권 지키기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움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분열적 모습은 전체 북한인권운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산사회가 아닌 민주사회에서 모두의 의견이 똑같을 수는 없다. 서로의 다른 점을 찾기 보다는 서로의 같은 점인 공통분모를 찾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주장들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며 건전한 토론을 바탕으로 한 생산적인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북한인권운동의 깃발 아래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