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국무총리가 직접 사과성 발언을 하고, 골프회동 수행에 나섰던 이기우 교육부차관이 구체적인 사건경위에 대한 해명에 나섰지만 '3.1절 골프파문'은 쉽게 풀리기는 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오히려 사건초기부터 이 총리 측의 임기응변식 대응과 변명이 '거짓말 시리즈'로 들통남에 따라 파문을 점차 확대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과거 김대중(DJ) 정권 시절 '옷로비 사건'과 같은 흐름으로 바라보고 있다. '옷로비'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의 부인이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고급옷을 선물받았다는 사소한 시비에서 비롯된 사건이 진행과정에서 관련당사자들이 서로 은폐하고 거짓 진술이 이어져 결국 'DJ정권 전체가 연루된 비리사건'으로 확산됐다. 이 사건 직후 DJ는 레임덕에 직면하게 됐다.

    1999년 '옷로비사건' 재판…'거짓말 시리즈'로 의혹 눈덩이처럼 불어나
    '3.1절 골프질'에서 '골프게이트' '권력형 로비'로 확산

    이번 골프파문의 시초는 '철도파업이 예고된 첫날인 3.1절,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국정운영 책임자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이 총리가 부산까지내려가 골프를 즐겼다'는 '골프질'에 대한 비난이었다. 물론 이 총리의 과거 '골프이력'도 한몫했다.

    파문이 불거지자 다음날인 2일 총리실에서는 "부산 상공회의소 임원들이 바뀌어 상견례를 위해 오래전부터 잡아 놓은 약속이어서 불가피했으며, 이 총리 외 다른 공무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 차관이 수행한 사실과, 이날 이 총리의 골프파트너들이 노무현 정권 출범 당시 여권 인사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해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리실의 거짓말'이 들통나기 시작됐다. 이미 이날 모임은 '총리의 부적절한 3.1절 골프질'을 넘어 '골프로비' '골프게이트'로까지 파문이 확대된 상태다.
     
    이 총리와 골프파트너들은 파문이 확대된 후에도 한동안 이날 모임의 성격이나 주선자 등을 밝히지 않고 잠적하거나, 말을 바꾸는 등 스스로 의혹을 자초했다. 뒤늦게 7일 이 차관이 구체적으로 당일 경위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혹만 재생산한 꼴이 됐다. '로비의혹' '황제골프 여부' '골프모임의 실체' 등에 물음표만 갖게 만들었다.

    '골프모임 실체' 아직 물음표, 이해찬 이기우 해명에도 의혹 재생산
    이해찬 '지지모임' 추측에 '로비의혹'까지 가세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 총리도 이날 "장모 문병 길에 평소 알던 부산상의 사람들과 운동하고, 얘기를 듣고자 했다"며 사과성 발언을 했지만 그 역시 앞뒤가 안맞다. 총리실은 '평소 알던 상공인'이 아니라 '부산상의 신임회장단'이라고 거짓해명했고, 이 차관 역시 '이들은 이 총리와 2004년부터 골프를 쳤으며 공관에서 식사도 한 사람들'이라고 말해 단순한 사이가 아님을 시사했다.

    부산지역의 영향력있는 상공인들과 전 청와대관계자, 교육계 인사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의 성격에 대해 '정치적 지지모임이 아니냐'는 추측도 일부 제기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부산지역에서 정치권의 '돈줄'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관측을 낳고 있다.

    또 이날 참석자 가운데 Y제분회사의 R회장은 밀가루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의 조사를 받았으며, 교원공제회가 대량으로 이 회사주식을 구입해 큰 손실까지 본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조작 혐의로 실형까지 살았던 이 R회장의 참석여부를 이 총리측과 참석자들이 그동안 숨겨와 '로비의혹'에 더욱 설득력을 갖게했다.

    비난여론 확대, 야당 총공세에 청와대 '이해찬 감싸기'
    '옷로비'는 DJ레임덕으로 귀결…'골프파문'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진상을 털어놓기는 커녕 '거짓말'과 '은폐'로 일관해온 이 총리의 골프파문에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 총리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데 이어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999년 '옷로비 사건'은 권력실세들의 뒤엉켜 '권력형 비리'로 마감, 결국 DJ의 레임덕을 자초하고 당시 여당의 16대 총선패배로 이어졌다. 이 총리의 골프파문에 청와대는 '옷로비' 당시와 유사한 모양새로 사건무마에 급급하며 '이 총리 감싸기'라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여론악화와 야당의 총공세에 노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 지, 이번 사태가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 지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