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국무총리가 철도파업 첫날이자 3·1절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을 당시인 1일 오전 부산에서 골프를 쳤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총리는 작년 4월 강원도에 대형산불이 났을 때에도 골프를 쳤으며, 같은 해 7월 남부지역 호우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유명 프로골퍼 등과 라운딩을 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2일 즉각 국회 기자실을 찾아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이 총리의 3·1절 골프 모임을 강력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발언하고 삼일정신을 계승해 국가발전에 원동력으로 삼자고 하는 바로 그 날에, 철도파업 첫날로 국가적인 물류수송 대란까지 우려되는 비상상황에 골프를 치는 것이 과연 국정 총괄중책을 맡고 있는 총리가 할 수 있는 처신인가”라며 발끈했다.

    이 대변인은 “이 총리는 거물브로커 윤상림씨와의 골프 회동을 문제 삼은 야당 의원의 국정질문에 고성으로 대응했다”면서 “그랬던 이 총리가 그 다음날인 3·1절에 적절치 못한 골프 회동을 했는데, (전날) 국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호통을 치던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변인은 차오르는 분을 억누르지 못한 채 “국무총리는 할 말이 있으면 대답하라”고 했다.

    민주당도 이날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총리는 차라리 프로골퍼로 전향하라”면서 발끈했다. 민주당은 “이 총리가 3.1절 기념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지방까지 내려가 골프를 쳤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더욱이 어제는 한국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으로 운송대란 물류대란이 현실화된 시점이고 건교부, 노동부 등 정부 관련 부처들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이 총리가 철도파업은 뒷전으로 미루고 골프를 쳤다는 것은 총리직을 망각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또 “이 총리는 그동안 현충일 삼일절을 가리지 않고, 대형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타고, 장마에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도 측근들과 기업인들과 물(水)불(火)을 가리지 않고 골프를 쳐 왔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나랏일의 모든 것을 이 총리에게 떠넘겨 책임총리 실세총리가 됐는데도 이 총리는 나랏일을 뒷전으로 미루고 시도 때도 없이 골프장으로 달려가니 노 정권의 나라꼴이 이 모양 이 꼴이 아니냐”고도 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총리가 개인적으로 귀족적 취향을 갖고 있는 것까지 언급하지 않겠다”고 비꼬면서 “전국의 철도 노동자들이 철도 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파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총수가 재계인사들과 어울려 한가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했다. 

    민노당은 “(이는) 3·1절, 나라 걱정은 노동자들이 하고 총리는 골프를 치는 형국”이라면서 “총리가 골프를 핑계로 재계 인사들과 어울려 다니니 비정규법안이 엉터리가 되고 노동 현장의 갈등이 이처럼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은 이어 “일반 국민들이 여가를 즐겨도 때에 맞춰 즐길 줄 안다. 아무리 휴일이라 해도 집안에 우환이 있고, 아이들이 아프다면 어떤 가장도 마음 편하게 외유를 즐기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 총리가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평정심을 찾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총리는 1일 오전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예정자 등 지역상공인들과 2개조로 나눠 골프를 쳤던 것으로 2일 부산일보가 보도했다. 이 골프 모임은 지역 상공인들의 요청에 의해 오래전부터 약속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총리는 이 모임을 위해 이날 아침 일찍 항공편으로 부산에 내려왔으며, 비공식 일정임을 감안해 경찰 경호는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3·1절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이 총리는 지난 2004년 9월에는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를 조문하러 가기 직전 골프를 쳐 유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으며, 작년 4월에는 강원도 동해안에 대형산불이 나서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임에도 라운딩에 '여념‘(?)이 없었다. 후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근신하겠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또다시 2005년 7월 남부지방 호우피해에도 ‘아랑곳 않고’(?) 제주도에서 라운딩을 즐겨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