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평소 많이 사용하는 용어 '두텁다'와 '두껍다'의 뜻이 서로 엇비슷해서인지 의외로 많은 분들이 혼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신문․통신 등 언론매체의 최근 보도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보니, 주로 '두껍다'를 써야 할 자리에 '두텁다'를 쓰는 일이 많더군요. 4월 22일부터 26일 사이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그 쓰임새의 잘잘못을 살펴보겠습니다.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경희대의 수비벽이 두텁다 보니 대전은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해 허둥댔고…'(4월 22일 대전일보 '대전시티즌, FA컵 16강' 기사), '…항공레저스포츠 동호인 등 소비자층도 두텁다.…' (4월22일 연합뉴스 '항공우주산업' 기사), '…이 회사의 고객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고 두텁다.…'(4월 26일 한국경제 'BizⓝCEO' 기사) 등 기사에 쓰여진 '두텁다'는 모두 '두껍다'로 표기해야 옳습니다.

    '두껍다'는 '두께'나 '너비' '층' '폭' 따위가 보통의 정도보다 큰 경우에 사용하며, 안개나 어둠․그림자 따위가 '짙다' 라는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아 배에 비개가 두껍게 끼였다." "동호인 등 소비자층도 두껍다" "경희대의 수비벽이 두껍다 보니"와 같이 써야 올바른 표기인 것입니다. 또 "지평선 위로 두꺼운 어둠이 내려 깔렸다." "물안개가 두껍게 낀 한강대교"처럼 쓰이기도 하지요.

    이에 비해 '두텁다'는 신의나 인정․믿음․관계 따위가 굳고 깊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추도사를 맡았을 정도로 좌파진영 내부에서 신임이 두텁다.…'(4월21일 프리존뉴스 '한명숙은 누구'기사),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될 정도로 부하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4월 26일 머니투데이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관련 기사), '스타 플레이어들과도 이따금 술 한 잔씩 나눌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4월 25일 스포츠조선 '격투기 마니아 김창렬' 기사) 등은 '두텁다'가 제대로 사용된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마음과 관련한 문장에서는 '두텁다', 그 외에는 모두 '두껍다'를 쓴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입니다. 북한 땅에서는 두텁다와 두껍다를 가리지 않고 뒤섞어 쓴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