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변명이다. 지난 2일 나온 남북 공동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은 "비료 30만톤, 식량 40만톤을 이북에 지원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는 이 장관의 돌발발언으로 20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이면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불거지자 이 장관이 "북의 요구사항을 말했던 것일뿐"이라고 서둘러 무마하려 했지만,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시기 문제 등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의혹이 이면합의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그는 5일 라디오 인터뷰를 하고 한나라당과 통합신당모임 전원회의 등을 방문하며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변명하는 바쁜 아침을 보냈다.

    이 장관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본래 남북장관급회담은 쌀·비료에 대한 것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이면합의 의혹이 없었다고 강변했다. 이 장관은 문제가 된 '합의했다'는 말에 대해  "북의 비료 30만톤, 식량 40만톤 요구를 관계기구(대한적십자사·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 넘기겠다는 논의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것은 속이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이면합의 할 것도 아니다"라고 거듭 변명했다.

    이 장관은 '북이 남북경제협력추진위를 3월 중에 열자고 강력히 요청하다가 이번 회담 이후 한국 요구인 4월 18일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을 낳았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그는 쌀 지원 문제에는 준비기간이 있음을 이북에 이해를 구했고 이북이 이를 이해했다며 그래서 나온 결론이 "철도 시험운행 논의는 3월, 지원 문제 논의는 4월로 이렇게 나눠 확정짓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같은날 CBS라디오 '뉴스레이다'에도 나와 공동보도문에 쌀 차관 문제나 비료지원 문제를 명시할 수 있는데도 이를 굳이 경제협력문제라고 애매하게 표현한 것에 대해 "시간이 많이 걸려서"라고 변명했다. 

    그는 쌀 지원 문제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여러가지 사안을 다 합의문에 넣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냥 경제협력사업이라고 일괄해서 적어 놓은것"이라고 말했다. 비료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보고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하는 데는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의미에서 북을 이해시키고 이것을 합의문에 넣기보다 그렇게 절차 밟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일단 그런 공감대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이 장관은 '이런 애매한 합의문에 비해 비료 30만톤, 쌀 40만톤이라는 구체적인 설명 때문에 이면합의설이 나온다'는 지적에 "북과의 이런 회담은 결국 모두가 공개되는 것"이라며 "특히 우리 언론뿐만 아니라 북의 중앙방송이나 조선신보 같은 것을 통해 거의 100%공개되기 때문에 비밀로 할 수 있는게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이 장관이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방에 와서 이면합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며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북의 지나친 내정간섭에 대해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때그때 경고 조치해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당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 전원회의에도 참석해 "쌀, 비료지원 문제는 경추위에서 최종 결정한다. 이면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