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채널 동원...검찰 집단 동요 총력 진화,"임기중 나가는 것 적절치 않다" 사의 즉각 반려
  • 1일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김준규 검찰총장이 나눈 간단한 대화를 전했다. 세계검찰총회의 격려차 서울 삼성동 코엑스 회의장을 찾은 이 대통령이 김 총장과 나눈 말이다.

    김 총장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대로는 조직관리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표 쓰겠다는 말이다. 대통령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밝힌 사의 표명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한 달여 남은 상태다. 국회가 경찰관에 대한 검사 수사지휘의 구체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형사소송법 196조를 수정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장에 김준규 검찰총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장에 김준규 검찰총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이 대통령은 “임기 중에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아. 총장이 중심잡고 일해야지”라고 말했다.

    사표 쓰지 말라는 얘기다. 바로 즉석에서 사표를 반려한 것이나 다름 없다. 더욱이 개정안에 반발해 집단 사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검 수뇌부들을 진정시키라는 뜻도 포함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김 총장에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직접적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검찰 수뇌부의 집단 반발을 진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움직여 검찰을 설득하고 있다.

    검찰의 행태가 고깝지만 모양새가 볼썽사납게 흐르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다. 조만간 있을 개각에서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임으로 거의 내정되다시피 한 권재진 민정수석도 뛰고 있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DR콩고,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과도 연결돼 있다.

    이 대통령은 3개국 순방을 위해 2일 출국한다. 김 총장의 사퇴 발표가 예고된 날짜는 4일이다. 세계검찰총장회의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4일이면 이 대통령이 남아공에서 총력을 기울여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서 뛰고 있을 때다.

    대통령은 막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나라 밖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다. 나라 안에서 검찰총장이 기어코 사표를 쓴다. 이런 모양새가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가 청와대가 우려하는 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만류에도 김 총장이 사표를 쓴다면 검찰의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질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에 청와대는 검찰 쪽에서 흘러나온 김 총장의 `4일 사퇴설'도 사실이 아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인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것은 ‘검찰 이기주의’에 더해 `무책임한 검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들어 검찰의 동요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검사장들은 당장 사표를 내지 않는 쪽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검찰 내부 분위기가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를 이달 말쯤 인선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칠 방침인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다음 김 총장 임기가 완료되는 8월 중순 언저리에 업무 인수, 인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자연스럽게 후속인사를 단행, 검찰 수뇌부를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과 검찰 수뇌부가 끝내 사표를 던지면 어찌되나. 청와대는 가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사표를 낼 경우 이를 차기 총장 인선 때까지 수리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의 강력한 만류에도 벌어지는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퇴에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을 ‘검찰의 순교자’로 만들어 제2의 길(변호사 개업 또는 내년 총선출마)을 걷는데 꽃가루를 뿌려줄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