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널 안에서 급정거한 KTX 열차 
      
     '5번 車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담배연기를 火災로 감지한 것입니다. 승객 여러분, 흡연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趙甲濟   
     
     며칠 전 KTX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데 경남 양산 근처 터널에서 급정거를 하였다. 客室 화면엔 消火器(소화기) 표시가 나왔다.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데 곧 車內 방송이 들렸다.
     
     "5번 車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담배연기를 火災로 감지한 것입니다. 승객 여러분, 흡연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삼가해달라'는 말이 거슬렸다. '흡연을 금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해야 한다. '삼가해달라'는 말은 너무 약하다.
     
     방송에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통제'란 '금지'가 아니다. 교통경찰이 차량의 흐름을 관리하는 것을 '통제'라고 한다. 그런데 방송을 더 들어보면 진행자가 '차량통행 금지'를 '차량통제'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금지'라고 해야 할 때 '삼가' '통제'라는 낱말을 쓰는 것일까? '금지'라고 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 法治가 무너지고 있는 원인중 하나는 法을 집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의 이런 '희미한 자세'이다.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해야지 '삼가해주세요'라고 해선 정말 안된다.
     
     독일에 오래 살았던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독일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이 엄하기 때문이다."
     
     
     이 KTX 열차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꺼리가 하나 더 있다. 내가 탄 특실안에서 대 여섯 명의 승객들이 親知사이인데, 서울에서부터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하였다. 나이가 60, 70대이고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모두가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니 말리는 이도 없었다.
     
     대전에서 옷을 잘 입은 교양이 있어 보이는 30代 일본 여성 두 사람이 탔다. 이들은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대구쯤 오니 일본인 여성도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일본 기차안에선 할 수 없는 행동을 한국 열차안에서 하고 있었다. 한국에 온 일본인은 한국식으로 행동하고 일본에 간 한국인은 일본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한 사회의 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