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6일 사설 '간첩행위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노동당이 386 간첩 사건에 당 간부가 연루된 데 대해 사과했다. 일심회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 일주일, 민노당 간부가 연루된 사실이 알려진 지 거의 50일 만이다. 그 내용도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수사를 비난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민노당의 입장 5개 항 가운데 겨우 네 번째에 '결과적으로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여론의 비난에 마지못해 사과하는 흉내를 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발표문의 첫 번째에 올린 것은 '국보법 악용하여 사상과 양심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적 행위가 있어선 안 되며 당은 좌시 않을 것'이다. 간첩 행위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인가. 또 간첩을 잡는 것이 반인권적 행위인가. 이 주장을 앞세워 민노당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간첩 행위를 허용하라는 말인가.

    이 발표는 민노당 홈페이지의 한 귀퉁이에 작은 글씨로 한 줄 걸쳐 있다. 간첩 혐의로 수감 중인 이정훈씨의 편지는 사진까지 붙여 돋보이게 실어 놨다. 민노당의 발표는 이씨의 논리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는 '민족의 절반이 생활철학으로 여기는 상식적 사상'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헌법을 '비겁하다'고 했다. 비겁하게 '주체사상'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를 신봉한다고 밝힌 셈이다. 구체적인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부인하지도 않았다. 민노당은 '의혹과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사과조차 제대로 못하는 민노당이 이제 와서 무슨 조사를 더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고도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디 좌파 정당뿐인가. 정부도 간첩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하는 마당이다.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과거 독재 정권에 반대만 했으면 친북 활동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에 충성한 사람은 모두 대한민국의 민주화 유공자라는 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