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5일 사설 '이 시기에 왜 통일장관 금강산 가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퇴임을 앞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 방문을 둘러싸고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당초 11월 17일로 예정됐던 방문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며 3일 전 전격 취소했다. 그러더니 오늘부터 다시 금강산을 방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보름여 만에, 그것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간다, 안 간다'를 되풀이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강산 관광은 그 중단 여부를 놓고 국내외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한.미 간에는 심각한 수준의 의견 대립도 벌어졌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유지를 천명했지만, 보조금 중지라는 조치를 그나마 취한 것도 국제적인 중단 압력을 의식한 결과였다. 이런 마당에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을 방문한다면 이런 논란만 더욱 거칠게 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보조금 중지는 곧 없어질 것'이라는 등 잘못된 메시지를 북한당국에 전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장관의 금강산 방문은 그 자체가 온당치 못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지난달 금강산 방문 계획을 확정했다. 그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퇴임을 앞두고 '금강산 관광에 힘을 실어주어야겠다'는 의도는 엿보인다. 그런데 그는 이 계획마저 갑자기 취소했다. 여러 가지 관측이 나왔다. '7월 미사일 발사 후 쌀.비료 지원을 거절한 이 장관의 방문을 북한이 거부한 것' '유엔에서의 북한 인권 문제 결의안 채택에 남측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진 것' 등…. 그러나 이 장관은 이런 의구심들에 대해 아무런 해명 없이 다시 금강산 방문길에 오른 것이다.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남쪽의 장관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여도 괜찮은 것인지 기가 찬다. 비핵화 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어기고 핵실험을 강행한 평양지도부엔 따끔한 소리를 못 내왔다. 이랬던 이 장관이 임기 마지막까지도 '북한 눈치'를 의식하는 처신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니 '남측의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임명한다'는 기막힌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