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도 우리처럼 입시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어 왔다. 우리의 예비고사와 닮은 ‘전국 공통 1차 시험’은 1979년도에 도입되어 10년 동안 이어졌다. 그것이 1990년도부터 ‘대학 입시센터 시험’으로 대체되어 다시 10년을 훌쩍 넘겼다. 센터 시험이 수능과 다른 점은 입시생이 필요로 하는 과목, 즉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만 골라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2008년도의 경우 약 54만여 명이 센터시험에 응시했다. 약간의 등락이 있긴 하지만 1990년대 초반을 피크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 시험의 성적을 이용하는 대학은 일정치 않다. 국립과 공립, 사립학교가 저마다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2002년부터 외국어 선택 과목에 '한국어'가 들어간 것은 만시지탄이로되 반가운 일이었다.
    신기한 현상은 한국 신문들이 수능시험의 문제와 답안에서 논술 출제까지 자상하게 게재하듯이, 일본 신문들도 똑같다는 점이다. 조간 40페이지를 발행하는 유력 신문들이 이틀 동안 매일 7페이지씩이나 할애하여 문제와 답안을 실었다면 말 다했다. 게다가 속보 경쟁 때문인지 인터넷과 휴대전화용 뉴스 사이트를 통해 미리 주요 과목의 정답을 알려주는 신문사도 있었다. 아마도 한일 두 나라를 빼고는 주요 일간 신문들이 앞 다투어 입시문제와 정답을 게재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는 달리 없으리라.
    그렇게 떠받드는 대학이건만 정작 오늘의 캠퍼스가 고민투성이라는 점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오십소백(五十笑百)이다. 저쪽 동네에서 앓고 있는 대학의 전반적인 학력 저하와 사립대학의 경영난, 국립대학의 독립 법인화 문제 등이 이 땅에서도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이다. 희화적(戱畵的)으로 들먹여지는 ‘레저 랜드로 바뀐 대학’이라는 그네들의 탄식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개인의 적성에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좋은 학교’라는 알량한 사탕발림에 목을 매는 재수생들도 여간 딱하지 않다. 일본인들은 재수생을 ‘로닝(浪人)’이라고 부른다. 의지가지없이 떠도는 사무라이(武士)를 가리키던 애처로운 호칭, 우리말 사전에도 버젓이 올라 있는 낱말 ‘낭인’이 일본에서처럼 전와(轉訛)되지 않은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할 판이다.

    도서출판 기파랑 펴냄 '일본 상식문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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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욱 일본문화연구소장 : y2cho8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