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걸 검다 하고 흰 것을 희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도덕과 윤리의 기본입니다. 물론, 무지개에는 다섯 가지 빛깔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윤리·도덕을 놓고는 무지개의 비유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사회생활에는 진실이 있고 거짓이 있습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 어떤 중간의 지점이 없습니다. 흑과 백 사이에는 회색이 있다 하여, ‘회색분자’라는 말도 있고 기회주의자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그런 입장에 ‘보편타당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하에서 당시의 권력층은 이른바 ‘색깔논쟁’이라는 것을 기피했을 뿐 아니라 혐오하고, 이런 문제를 들고 나오는 사람을 매도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호신술’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념 문제를 들고 나오면 그것이 자기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김대중 후보는 1997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내가 김종필 씨와 손을 잡았으니, 나의 사상·이념의 검증은 이미 끝난 것 아닙니까.” 그 말은 이미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물들었던 옛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가 되어 1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하는 짓을 보고는 그의 ‘사상·이념의 검증’이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본색을 드러냈고, 그의 정권하에서 ‘반미·친북’은 대한민국 땅에 깊숙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명박 정권의 최대의 고민은 그 뿌리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좌’니 ‘우’니 하는 어설픈 2분법은 유권자인 국민을 오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진보세력도 아니고 개혁세력도 아니고 평등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도 전혀 아닌 ‘반미·친북’세력을 좌파라고 높이고 나서 우익·우파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흑은 흑이고, 백은 백이라고 해놓고, 진보와 보수를 갈라 놔야 되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