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 성과부풀리기 '덜미'… "기초학력 미달 학생 심각"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국회에서 서울·경기·인천교육청을 대상으로 열린 교욱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국회에서 서울·경기·인천교육청을 대상으로 열린 교욱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좌파 성향 시·도 교육감들의 이중성이 도마에 올랐다. 

    귀족학교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자녀는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에 진학시킨 모순을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극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국정감사장에서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0일 국회에서 서울·경기·인천교육청을 대상으로 열린 교욱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이은재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조희연·이재정 교육감을 비롯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왜 자녀를 외고에 입학시켰나?”

    이은재 의원은 또 “이 밖에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자녀 중 상당수가 외고나 강남 8학군 고교를 졸업했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장남은 명덕외고, 차남은 대일외고를 각각 졸업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딸도 외고에 입학했다.

    이은재 의원은 “불평등 프레임을 만들어서 1% 재벌, 부자들의 자식만 가는 학교로 자사고, 외고, 특목고를 규정하고 적폐로 보는 것이 아니냐”면서 “이들 학교가 적폐면 여길 선택한 학생도 적폐학생이고, 부모도 적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장우 의원도 “(조희연 서울교육감) 본인 아들은 외고에 보내놓고, 이를 귀족학교라고 하면 조 교육감은 귀족인가”라며 “나는 귀족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렇게 해놓고 이 정부에서 외고를 페지하겠다고 하는 것이냐”면서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나”라며 반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교육감은 “20년 동안 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의원님의 지적사항에 대해서 살펴보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공적인 입장에서 외고를 대하는 것과 사적인 입장에서 외고를 접하는 것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다르다는 해명은 조희연 교육감의 자충수였다. 국민정서에 큰 반감을 일으키는 이런 발언을 두고 인터넷상에서는 ‘자격 없다’, ‘즉각 퇴진’ 등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육두문자가 섞인 비난 글도 쇄도하는 상황이다.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논란도 뜨거운 쟁점이었다.

    현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작품인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혁신학교의 경우 객관식 문제를 푸는 지필고사는 거의 없고, 평소 교사가 학생을 관찰해 작성한 보고서로 대신하거나, 장기간 완성한 포트폴리오나 논술형 시험으로 평가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릇 교육이라면 모든 아이들에게 기초 학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임에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보면 혁신학교가 현저하게 기초학력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기초학력 미달이 심해지는 혁신학교가 기회의 사다리로 작용할지 심각한 우려가 된다”며 “특히 최근에 문재인 정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로 안하고 표집조사로 바꿔 비교조차 못하게 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에 달했지만 전국 고교 평균은 4.5%에 불과했다. 혁신학교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은 5%로 역시 전국 평균인 3.6%보다 높았다.

    곽상도 의원은 “전국 평균을 보면 학업성취도가 ‘보통’ 이상인 학생들이 82%를 차지하는데 혁신고는 고등학교는 59.6%밖에 안 된다”며 “미달 수준인 학생은 4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별 학업성취도를 보면 경기도 혁신학교는 69%, 서울은 64.5%, 인천은 48%가 보통 이상이다”라고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런 지적에 대해 “과잉일반화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혁신학교 가면 공부를 잘한다는 건 ‘오버’”라면서 “혁신학교는 미래역량을 신장하기 위한 실험인데 이는 과거의 잣대로 보면 잘 안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혁신학교가 2007년 처음 출발할 때 주로 선호하지 않는 학교나 뒤떨어진 학교를 지정해서 출발했다”며 “그 이후에는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강변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국정감사 하루 전날인 19일 혁신학교 학력저하 문제를 반박하다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성적향상도와 관련해 혁신고 학생과 자율고(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 학생의 중3과 고2 시절 주요과목 학업성취도(국·영·수)를 비교해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언급했다.

    시교육청은 “혁신고 학생은 중3 때 성적에 비해 고2가 되면서 국어는 11.1점이 상승했고, 수학은 9.5점이 높아진 반면, 자율고 학생은 국어 10.2점 올랐고 수학 5.3점 상승한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혁신고에 진학한 학생이 자율고로 진학한 학생에 비해 높은 성적 향상도를 보였다는 점은 혁신고의 ‘교육 효과’가 더 우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하지만 혁신과 자율고의 이 같은 차이는 통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의 신뢰도를 판별하는 기준은 ‘유의확률’인데, 통상 0.05 이하여야 해당 통계를 믿을 만하다고 해석한다. 시교육청이 과목별 성적 향상도를 보여준 통계 자료에서 유의확률은 모두 0.05를 훌쩍 넘었다. 국어 성적은 0.9, 영어는 0.4, 수학은 0.6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