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희망당 "개헌" 입헌민주당 "호헌" 3자구도로 치러질 전망자민당, 공약집 1부 1장에 '북핵 대응' 담는 등 안보 이슈 리드
  • 22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민진당 합류 인사 110명이 포함된 192명의 1차 공천자 발표를 한 희망당의 고이케 유리코 대표. ⓒ연합뉴스 사진DB
    ▲ 22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민진당 합류 인사 110명이 포함된 192명의 1차 공천자 발표를 한 희망당의 고이케 유리코 대표. ⓒ연합뉴스 사진DB


    중의원에 91석을 차지하고 있던 일본 제1야당 민진당이 총선을 불과 18일 앞두고 공중분해되면서, 다가올 총선이 3자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본 정국이 안개 속에 휩싸였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창당한 신당 희망당은 3일 1차 공천자 명단 192명을 발표했다. 이 중에 민진당 출신 110명이 포함됐다.

    앞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진당 대표는 고이케 지사와 회동한 뒤, 민진당 의원들이 희망당의 공천을 받는 형식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희망당 측은 △개헌 찬성 △안보 관련 법제 찬성 입장을 밝힌 민진당 의원에 한해 '선별 공천'할 뜻을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날 1차 공천자 발표 직후, 고이케 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와카사 마사루(若狭勝) 전 의원은 "공천한 후보는 모두 개헌에 찬성하는 후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희망당의 '선별'에서 탈락했거나 합류할 가능성이 없는 민진당 호헌파 의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민진당 호헌파는 같은날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전 관방상을 대표로 하는 신당 입헌민주당의 설립을 신고했다.

    나가츠마 아키라(長妻昭) 전 후생노동상은 이날 도쿄도 선관위를 찾아 신당설립 신고서를 접수한 뒤 취재진과 만나 "동료를 최대한 늘려 총선 승리를 목표로 전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희망당 합류가 불투명한 민진당 호헌파를 모아 신당 입헌민주당 창당을 선언한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상. ⓒ연합뉴스 사진DB
    ▲ 희망당 합류가 불투명한 민진당 호헌파를 모아 신당 입헌민주당 창당을 선언한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상. ⓒ연합뉴스 사진DB


    입헌민주당도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를 비롯, 무소속 출마가 점쳐지던 츠지모토 키요미(辻元清美) 간사장 대행과 곤도 쇼이치(近藤昭一) 부대표가 합류를 결심하면서 세력 확대에 탄력을 받고 있다. 입헌민주당 측은 최종적으로 민진당 출신 50명 이상이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에다노 대표는 "(호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인 일본공산당·사회민주당 등과 선거 연대를 모색해 "아베 내각(의 개헌 움직임)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진당의 분당은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반(反)자민당'이라는 기치 아래 제1야당으로 결속했을 뿐 내부에는 자민당보다 더한 보수로부터 공산당에 가까운 진보(리버럴)까지 다양한 색채를 가진 정치인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쟁점이 정치권 최대 현안이었을 때에는 어떻게든 하나로 뭉쳐 있을 수 있었지만, 계속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탄도미사일 도발로 중의원이 해산되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는 '안보와 개헌'이 최대 이슈인만큼 더 이상 하나로 뭉쳐 있을 구심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치러질 일본 중의원 총선은 △자민당·공명당 기존 연립여당을 중심으로 하는 온건 개헌파 △희망당·유신회 등 신생 강경 개헌파 △입헌민주당·공산당 등 호헌파의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한편 여당인 자민당은 계속해서 북핵 대응과 안보 이슈를 선거전의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민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무조사회장은 전날 도쿄 나가타초의 자민당 본부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책임 정당으로서 북한의 위협이라는 국난 극복의 의지를 담겠다"며, 공약집 1부의 1장에 '북핵 대응'을 실었다.

  • 정권 수성을 노리는 연립여당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사진 오른쪽)와 공명당 야마구치 나츠오 대표(왼쪽). ⓒ연합뉴스 사진DB
    ▲ 정권 수성을 노리는 연립여당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사진 오른쪽)와 공명당 야마구치 나츠오 대표(왼쪽). ⓒ연합뉴스 사진DB

    기시다 정조회장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며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 핵·탄도미사일의 포기를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희망당은 선거 공약에 "헌법 9조(이른바 평화헌법조항)의 개정을 포함한 논의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도, 아베 내각의 소비세 10% 인상 공약(현행 8%)에는 "반대한다"며 차이점을 부각시켰다.

    입헌민주당·공산당·사민당은 평화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조사 지지율로 보나 총선을 18일 앞둔 상황에서의 준비 상태로 보나 세 세력 가운데 가장 열세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통적으로 리버럴 야당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렌고(連合·일본 노동조합 총연합회)도 이례적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기로 했다.

    심정적으로는 호헌 3당을 지지하지만, 선거 이후 호헌파가 극소수파로 전락할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붙었다.

    고즈 리키오(神津里季生) 렌고 의장은 4일 도쿄 치요다에서 열린 정기 지역대표자 대회에서 "희망당도, 입헌 민주당도 아직 어떤 형태로 우리와 인식을 맞춰갈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며 "지지  정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선거 이후에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교토통신이 전했다.

    일본 정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민진당의 분당은 일본 정치의 신(新)보수화 과정에서 안보와 개헌 문제를 놓고 입장이 일치하지 않던 세력들이 자연스레 갈라지는 과정"이라며 "총선 이후 호헌파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일본의 구(舊) 리버럴 세력이 소멸에 가까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