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사상 초유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

봉준호 감독의 '옥자', 멀티플렉스 대신 추억의 단관극장에서…

영화 옥자, '올드미디어'에 직격탄..극장 중심 영화시장 대변혁 예고?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6.14 15: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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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째 '기자'라는 한 우물을 파 온 조광형 기자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거쳐 현재는 연예·방송 전문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뉴데일리 지면은 물론, 지상파 방송과 종편 등에서 매주 연예가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한 발 앞선 보도와, 깊이 있는 뉴스 전달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1980년대 '컬러TV'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자 영국 밴드 버글스는 '라디오 시대'의 몰락을 예고한 '비디오 킬 더 라디오스타(Video Killed The Radiostar)'란 노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라디오의 위상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TV가 출현하고 인터넷이라는 거대 정보망이 자리잡은 요즘에도 라디오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을 채워주는 매체로 제역할을 다하고 있다.

비디오 테이프를 대여하는 비디오샵이 등장했을 때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존의 극장주들은 영화 시장의 붕괴를 염려하며 극장에서 다른 매체로 영화가 이동할 때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홀드 백(hold back)'을 최대한 늘려줄 것을 비디오·DVD 업계 측에 요구했다.

초창기 '홀드 백'은 최장 6개월이 적용됐었다. 이를테면 극장에서 비디오 시장으로 넘어 가는데 보통 6개월 정도가 소요됐고, 그 다음 케이블TV나 지상파 방송으로 넘어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3~6개월 정도 걸리는 식이다. 지금은 기간이 더욱 줄어들어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보통 3~4주 정도면 인터넷TV나 VOD 등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케이블TV 시장이나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극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 시장이 위축되거나 생계를 위협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엔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가 속속 등장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빅마켓이 됐다.

개인 극장이 몰락한 건, 다른 매체들의 성장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동종 업계에 등장한 멀티플렉스로 인해 설자리를 잃었다.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영화 업계에서도 거대 자본이 시장을 잠식하고 독점하려는 현상이 빚어졌고, 결국 수년 만에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질적 양적으로 한국 영화계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선 순기능이 더욱 많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몇몇 기업들이 독과점한 이 '안전한' 시장에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발을 내딛어 영화계를 초긴장시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미디어나 DVD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생산·유통 기업으로 전 세계 190개국에서 1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영상 사업자다. 우리나라엔 다소 늦은 지난해에 진출한 관계로 아직은 이용자가 많지 않은 편이나, 서구 유럽에선 이미 TV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자체 제작한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일종의 대안 미디어매체로 자리매김한 넷플릭스는 이번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를 만들며 본격적으로 전 세계 영화 콘텐츠 시장까지 뛰어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옥자'를 오리지널 넷플릭스 영화로 기획했다. 작품성이 뛰어난 봉 감독의 영화를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극장이 아닌 온라인, 모바일, IPTV 등을 통해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당초 이 영화를 제작·후원한 의도였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욕심을 부렸다. 14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2차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 "현재 일고 있는 모든 논란은 자신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며 "(자신이) '옥자'는 큰 화면에서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넷플릭스 측에 얘기했고, 그 제안을 넷플릭스가 수용함으로써 기존 영화계와 마찰을 빚는 작금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에는 영화계와 넷플릭스 간에 갈등이 없었어요. 제가 영화를 찍을 때 큰 화면에서도 관객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는데요. 그 욕심이 현실적으로 여러 제도와 시장에 부딪힌 거죠. 저로 인해 이번 논란에 본의 아니게 휘말리게 되신 업계 관계자 여러분들께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실제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상영관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 3사는 "한날 한시부터 극장과 온라인에서 '옥자'를 동시 개봉하겠다"는 넷플릭스의 계획에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른바 3대 멀티플렉스로 불리는 이들은 별도의 '유예 기간(홀드 백)' 없이 곧바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강행할 경우 기존 극장 중심의 '영화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렇지않아도 불법 다운로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극장주 입장에선 영화 개봉과 동시에 온라인 유통을 푼다는 넷플릭스의 발상은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얘기로 들렸을 터.

하지만 멀티플렉스로 입지가 좁아진 개인 극장(단관)들은 "온라인과 동시 개봉하겠다"는 넷플릭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넷플리스 측에서 "기간 제한없이 '옥자'를 극장 상영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내걸 경우 기본적인 수익이 보장되리란 기대 심리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원래부터 오리지널 넷플릭스용 영화였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극장에서 개봉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마찬가지로 극장 입장에서도 넷플릭스가 제작한 화제의 영화를 '덤으로' 상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손해볼 장사가 아니란 판단을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도 바로 이 점에 주목한 듯 했다. 봉 감독은 "자신의 새로운 시도로 업계 분들에게 피로감을 안겨드린 점은 있지만 반면 자신과 넷플릭스로 인해 새로운 룰과 규칙이 생겨나고, 무엇보다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의 단관 극장을 다시 찾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칙한 도발이 특정 대기업에 잠식당한 국내 영화계에 '상생'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우리나라의 멀티플렉스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최소 3주간 '홀드 백'을 원하고 계신데요. 극장업을 하는 분들로서 당연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동시 개봉을 원칙으로 하고 있죠. 그 원칙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봐요.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관객들이 볼 동안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잠시만 기다리세요"라고 하는 것도 이들의 우선권을 뺏는 거라고 봅니다. 서로 존중해야 돼요.


봉 감독은 지난 칸국제영화제에서 '옥자'로 인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 내년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들만 경쟁부문에 출품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이 바뀌고, 프랑스 극장 업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점에 대해서도 "오히려 우리가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구는 공헌을 했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니고 있어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런데 저희로 인해 새로운 규칙이 생겨 나고 있어요. 저희 영화가 영화 외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타고난 복이죠. 오히려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구는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었어요.


다만 봉 감독은 "프랑스 내에서 법적으로 정리가 된 이후 저희가 들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자기들이 먼저 초청해놓고 뒤늦게 그런 논란이 불거져서 좀 민망했다"며 "미리 논란을 정리하지도 않고 경쟁 부문 초청을 한 것은 문제가 있고, 또 칸영화제 행사에 프랑스 극장 산업 문제를 적용하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3대 멀티플렉스'가 상영을 거부함에 따라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오는 29일 대한극장 등 단관 극장을 중심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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