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동시대성을 담은 작품 10편을 통해 결코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진다.

    서울시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7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2017년은 예술 검열, 블랙리스트, 예술계 내 성폭력, 사회적 소수자, 전체주의 등 한국사회와 문화예술계를 둘러싼 날선 사회적 화두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날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에 올 때마다 설렌다"면서 "우리는 시대정신과 실험정신이 있는 작품들을 추구한다. 2017년에도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작품을 엄선했다"고 밝혔다.

    2016년은 공공극장의 침체 속에서 '검열각하' 프로젝트와 같은 민간극단의 자발적 네트워크와 현장 예술가들의 자생적인 작품이 두드러졌던 한해였다. 이를 반영해 남산예술센터는 협업과 연대를 강화, 2편의 대학로 소극장 작품을 옮겨왔다.

    올 시즌 프로그램의 문을 여는 이연주 연출의 '2017 이반검열'(4월 6~16일)은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에서 선보인 작품을 확대했다. 이반은 주로 동성애자를 이르는 의미로 쓰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불온한 대상으로 낙인 찍혀 검열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모든 존재'를 의미한다.

  • 무엇보다 지난해 초연된 박근형 작·연출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5월 13~6월 4일), 김수정 작·연출의 '파란나라'(11월 2~12일) 2편이 재공연 형태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두 작품은 각각 '국가란 무엇인가', '개인의 자유와 존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아낸다.

    박근형 연출은 "배우들은 관객을 만나야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시 공연할 수 있어서 좋다"며 남다른 소회를 남긴 뒤, "남산예술센터와 협업은 체계적인 기획과 홍보를 통해 순차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준다. 지난해 상투적이고 진부하다고 지적했던 장면을 보완해 올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창작 초연으로 선보이는 작품은 주제와 형식 측면에서 동시대성에 집중했다. 지난해 정기 공모를 통해 '가해자 탐구_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4월 21~30일), '국부 國父'(6월 10~18일), '에어콘 없는 방'(9월 14~10월 1일)을 선정했다.

    시즌의 마지막 공연은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12월 23~12월 3일)가 장식한다. 원작은 '안녕 주정뱅이'로 문단의 주목을 받은 권여선 작가가 지난해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린 동명의 중편소설이다. 박해성 연출가가 희곡으로 각색해 한국 사회의 바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현대인의 병든 내면을 들춰낸다.

  • '서치 라이트 2017'은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새롭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 전 단계의 작품 콘텐츠를 사전 공유하는 자리로, 신작을 준비하는 창작자 개인이나 단체는 오는 12일까지 지원할 수 있다. 선정된 작품은 3월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밖에도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인 전윤환 연출의 '창조경제_공공극장편'(7월 6~16일), 제2회 '남산 아고라'(8월 18일), 미술 작가와 협업을 시도한 '천사'(8월 30~9월 3일)와 '십년만 부탁합니다'(10월 18~22일)가 공연된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지난해 우려와 걱정 속에 동아연극상을 비롯해 많은 평단과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주는 등 다수의 성과를 이뤄냈다"라며 "공공극장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반성과 성찰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채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쓰는 젊은 작가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젊은 연극인들과 극단에 존경을 표한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화두를 다룸으로써 동시대 공공극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