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의도 안 된 상태서, 발표부터 먼저한 서울시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2017년 청년지원정책 예산을, 올해 대비 약 2배인 1,805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보건복지부와 법적 갈등을 빚고 있는 '청년수당 사업'도 규모를 크게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의 협의가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시는 26일 '2020 서울형 청년보장'의 2017년도 실행계획 발표를 통해 청년들의 소득‧생활 보장, 인적‧사회적 자본화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기존 정책 기조인 '설자리‧일자리‧살자리‧놀자리'와 더불어 청년들에게 시간과 공간 및 기회를 보장하고, 청년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핵심 사업은 '청년수당', '7대 청년공공임대사업', '청년 프로젝트 투자사업' 등이다. 


정부 협의는 '나중 일'…청년수당 오히려 '확대'

시는 청년들이 취업준비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지원하겠다면서, '청년활동지원사업'을 다시 꺼내들었다. 해당 사업은 청년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지난 8월 중앙정부의 직권취소로 중지된 바 있다.

시는 내년 1월 중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시작해 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원 대상자는 올해보다 2,000명 추가한 5,000명이다. 예산도 9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사업이 추진될 경우 대상자들은 매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금전 지원과 현장연계, 그룹스터디, 멘토링 등의 혜택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청년활력향상을 위해 심리안정, 인문교육, 자존감향상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청년수당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과 지원대상 규모를 대폭 늘렸지만, 가장 중요한 정부와의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수당과 관련해서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됐는가, 시행에 대해 낙관할 근거가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이후 사회보장위원회에 (해당 사업을)상정한 상태"라며, "올해 안에 이 문제를 결론 지으려고 했지만 사회보장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인 만큼 현실적으로 회의 소집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청년수당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는 많이 확산됐다고 본다"며 "더 잘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해당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든 사업 실현 방안을 모색하는 게 초점이고, (구체적인 사업 방식은) 마련되는 대로 따로 자료를 내겠다"며, "수당 지급방식 등은 사업의 성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후에) 유연하게 접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협의가 안 돼도 신청접수를 받을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전과 같이 (지급 대상을) 선정해놓고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면서도, "(최순실 사태 등) 여러 사회적 분위기가 변했고 정부와 비공식 접촉을 통해 얻은 느낌도 있는데, 사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에둘러 답했다.

시민사회에선 서울시의 이 같은 청년 정책과 발표 태도에 대해 "청년층의 표심을 노린 '희망고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박원순 시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타겟으로 본인을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수당은 법원에 가처분신청 중인 만큼 판결을 기다려야 함에도, 실현이 불확실한 정책을 오히려 확대해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앞서 정부가 직권취소했을 때 기존에 지원금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를 반환해야 하는 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는데, 이런 문제는 정부에만 떠넘긴 채 자신은 청년을 위한다는 이미지만 부각시키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다소 약화된 상황을 호기로 삼아 정치적 포퓰리즘을 펼치려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청년주거공간 올해 보다 6배 많아
    시는 학자금대출로 인해 신용유의자가 될 수 있는 청년 2,000명도 지원한다. 예산은 6억5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대출이자 지원 대상도 기존 재학생에서 미취업 졸업생과 상환유예 청년으로 단계별 확대할 방침으로, 총 사업비는 14억3,200만 원이다. 
    시는 청년들의 '공간' 확보와 관련해선 7개 청년공공임대사업을 진행한다. 7개 청년공공임대사업 대상은 △고시원 리모델링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대학생 희망하우징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청년과 어르신 주거공유 △역세권 2030 청년주택 △맞춤형 공동체주택 등이다. 이를 통해 청년주거공간 공급규모를 올해 3,468호 보다 약 6배 많은 20,350호까지 늘릴 계획이다. 1인 주거공간을 확대해 청년 주거빈곤율을 낮추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아울러 목돈 마련이 어려운 취준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대출금 이자 일부를 보전해주는 '청년주택보증금' 제도를 사업계획에 새로 추가했다. 사업 규모는 약 8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