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퇴직자 단순 업무엔 연봉 5,100만원…숨진 김군은 월 144만원
  •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구의역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자"고 야당을 압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구의역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자"고 야당을 압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의 국정조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야권의 주장인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를 받아들인 뒤 강공에 나선 셈이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구의역 사건은 단순히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건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 만연한 각종 비리를 모았다는 점에서 전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수석부대표는 "저희 당에서는 구의역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며 "먼저 서울메트로와 은성 PSD 간의 유착관계를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메트로는 은성 PSD에 일감을 주는 조건으로 퇴직자를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할 것을 요구했다"며 "정규직 과다한 보호가 비정규직에 대한 수탈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목숨 잃은 김 군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월급 144만 원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서울 메트로에서 내려온 퇴직자들은 정비업무와 관계없는 관리업무, 비상대기, 육안 검수 등과 같은 단순한 일을 하는데도 연봉으로 평균 5,100만 원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을(乙)을 쥐어짜는 불합리한 하도급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은성 PSD와 계약을 맺으면서 모든 사고의 책임을 '을(乙)'이 지도록 하는 이른바 '갑(甲)질 계약'을 했다는 논란도 있다"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서울시 스크린도어 부실공사 의혹도 조사대상에 올려놓자고 언급했다.

    2013년부터 2015년 8월까지 기간 서울도시철도공사 (5호선~8호선)의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846건에 불과한 반면 서울메트로는 7,222건으로 8.5배 더 많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도 힘을 보탰다.

    이 의원은 "메피아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에 박원순 시장이 자꾸 거론되는데, 지난 국정감사에 가보면 특히 (박 시장이) 유명무실한 위원회에 진보세력을 대거 등용시켰다"면서 "실질적으로 산하기관 전체에 박원순 시장에 대한 관피아가 일어났고, 이것이 일부 드러난 것이 메피아 사건이라 본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 메트로 뿐만 아니라 서울시 산하기관의 공기업과 전 위원회를 모두 국정조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국정조사를 앞둔 새누리당이 오히려 더민주를 향해 강공을 펼치는 모양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 그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 그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기에는 새누리당이 내심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가 자당에 불리하게 흐르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자원외교 국정조사 정국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새누리당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놓고 더민주에 역공을 편 전례가 있다. 당초 더민주가 "자원외교 문제를 국정 조사를 하자"며 기세 좋게 새누리당에 공세를 펴자, 되레 새누리당에서는 "그간 자원외교를 했던 모든 정권을 되돌아보자. 노무현 정권의 자원외교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맞선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 문제 역시 지난 DJ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내줘 제품이 시판됐고, 노무현 정권에서도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들의 역학조사 요구를 무시한 적이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불리할 것 없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은 새누리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주제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앞서 야권이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한 맥쿼리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등 메피아 문제를 먼저 주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민주로서는 자칫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함께 거론될 수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지난 14일 "서울메트로에 박원순 시장이 임명한 지용호 감사는 전형적인 '친(親)문재인 인사'이자 '낙하산 인사 전형'"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주자 흠집 내기라면서 이번의 사고의 본질을 희석하고 문 전 대표의 부적절한 행태를 감싸려 하고만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