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의 사슬 깨고,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화합과 소통 이루겠다"
  • 전북 정치권의 관심이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이 출마한 전주병에 온통 쏠려 있지만, 실은 그 인접 지역구인 전주을이야말로 도내 어느 곳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는 곳이다.

    4년 만에 다시 총선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정운천 전 농식품부장관은 국민의당 장세환 전 의원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당선을 노리며 '순천 이정현 효과'와 같은 충격을 전북과 전주에 가져오겠다는 각오다. 반면 LH 전주 유치 실패에 책임을 지고 19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장세환 전 의원 또한 4년 만에 되돌아와 전북 정치 복원과 전주 발전을 제대로 책임지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운천 전 장관과 장세환 전 의원은 25일 완산구선관위에서 열렸던 공명선거실천결의대회에서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 무소속 성치두 후보까지 네 명이 나란히 손을 잡고 사진을 찍는 와중에 정운천 전 장관이 자신의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다른 쪽 손으로 치켜든 것이 발단이 됐다.

    이를 목격한 장세환 전 의원이 "공명선거 실천을 결의하는 자리에서 그렇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하고 나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양강(兩强)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과 국민의당 장세환 전 의원 사이에서 벌써부터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관전평이다.

    이에 본지는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과 국민의당 장세환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를 차례로 찾아 이번 4·13 전주을 총선에 임하는 다짐을 들어봤다.

    《전북 전주을 후보자 즉석 인터뷰》
    ① 새누리당 정운천 전 농식품부장관
    ②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
    ③ 국민의당 장세환 전 국회의원


  • ▲ 전북 전주 서부신시가지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서희스타힐스 외벽에 내걸린 펼침막. 야당 의원 열 명 몫을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북 전주 서부신시가지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서희스타힐스 외벽에 내걸린 펼침막. 야당 의원 열 명 몫을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쌍발통 정운천, 야당 의원 10명 몫 이상 하겠다 다짐

    26일 저녁,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위치한 정운천 전 장관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야당 의원 '열 몫'을 하겠다는 구호가 담긴 펼침막이 서희스타힐스 외벽에 나부끼고 있었다.

    전북의 선거구는 모두 10석이다. 열 명의 야당 의원 전부가 가져왔던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예산을 가져와 전북과 전주를 힘있게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선거사무소에서 건네받은 명함에는 '쌍발통' 정운천이라 적혀 있었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선거사무소 관계자로부터는 "고향이?"라는 되물음이 돌아왔다. 알고보니 '쌍발통'이란 전북 사투리로 발통(바퀴)이 두 개라는 뜻이었다. 그동안 야당 의원들만 그득한 외발통 때문에 굴러가지 못했던 수레(전북·전주)를 여당 의원을 당선시켜 바퀴를 쌍으로 두 개 만들어 신나게 굴려달라는 뜻이다.

    ◆'아픈 기억' 4년 전 총선과는 밑바닥 민심이 변했다

    정운천 전 장관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뒤 2년간 와신상담하며 전주시민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2012년 총선에 전주완산을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총선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는 완산을에서 빨간 옷(새누리당)이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여론조사의 흐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까보니 35.8%를 득표해 이상직 의원(46.9%)에게 분패했다. 투표 당일에 기표소에서 '묻지마 2번' 표가 쏟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운천 전 장관은 좌절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역을 떠나 중앙으로 향하는 뭍 사람들과는 달리 전주에서 4년간 머물며 시민들을 한 명 한 명 접촉하고 다녔다.

    이날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정운천 전 장관의 캠프 관계자는 "민심이 완전히 변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는 "4년 전 19대 총선에서는 오피니언리더들 사이에서 '전주가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그것이 대중들에게 충분히 전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이번에는 밑바닥정서 자체에 변화가 일어나 '전주가 변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굳이 먼저 나서서 설명하지 않더라도, 순천에서 당선돼 결국 전남 전체를 변화시킨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처럼, 여당 의원이 관내에 한 명 정도 있어야 예산도 가져오고 논에 메기가 풀린 것처럼 지역 정치권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것을 이미 시민들이 먼저 알고 있더라는 것이다.

  • ▲ 전북 전주 서부신시가지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서희스타힐스 외벽에 내걸린 펼침막. 힘있는 여당 의원으로서 일자리를 늘리고 예산을 가져오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북 전주 서부신시가지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서희스타힐스 외벽에 내걸린 펼침막. 힘있는 여당 의원으로서 일자리를 늘리고 예산을 가져오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북 5대 비전과 전주 8대 핵심 공약 제시

    오랜 정체에 질린 전주시민들이 정운천 전 장관에게 기대하는 것은 '힘있는 여당 의원'으로 지역 발전 숙원을 해결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에 부응하듯 정운천 전 장관은 큰 공약과 작은 공약을 두루 제시했다.

    큰 공약으로는 전북 5대 비전과 전주 8대 핵심 공약이 제시됐다. 이 중에는 지역 현안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과 관련한 내용도 있다.

    정운천 캠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하더라도 '전북에는 금융 인재가 없어 현지에서 사람을 못 뽑는다'고 하면 굳이 이전해온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백만 시대를 열어야 하는 전주의 입장에서는 이전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운천 전 장관은 당선될 경우 금융특성화고·금융투자전문대학원을 전주에 설립해 기금운용본부 이전에 따라 금융중심지로 성장할 전북혁신도시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강봉균 선대위원장과 '쌍끌이'로 새만금 사업 견인

    전북의 숙원을 넘어 골수의 한으로 맺힌 새만금 사업 또한 다시는 정치인들의 입에서 거론되지 않도록 이번에 결실을 맺겠다는 방침이다.

    때마침 전북 군산 출신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이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마치 주마가편과 같은 모양새가 됐다. 강봉균 위원장과 정운천 전 장관이 쌍끌이 형태로 새만금 사업을 힘있게 견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민생현장에서 소중히 모아담은 생활밀착형 공약들도 다수 있다. 전북민생119본부장을 맡으면서 120여 곳의 현장방문을 통해 600여 건의 민원들을 청취했다. 단기적으로는 60억 원, 장기적으로 봐도 600억 원 정도를 투자하면 해결할 수 있는 민원들이다.

    여당 의원이 가져올 수 있는 예산의 규모에 비하면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는 액수이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큰 불편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작다고도 할 수 없다.

    중앙당 민생119본부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얼마 전 전주를 방문해 "전북의 민생119본부가 가장 잘 되고 있다"고 격찬하며, 정운천 전 장관이 호소한 민원 해결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천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본지 취재진을 직접 만나 "시대와 국민은 화합과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는 아직도 장벽의 사슬에 묶여서 신음하고 있다"며 "그걸 깨는 게 나의 소중한 소명이라 생각하고 6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시민들과 대화해왔다"고 이번 총선에 임하는 비상한 각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