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형 박사 孫子… 두 달만에 부친 정대철 고문 따라 국민의당 합류
  • ▲ 정호준 의원이 16일 부친 정대철 전 상임고문이 몸담고 있는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했다. 사진은 전날 정호준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호준 의원이 16일 부친 정대철 전 상임고문이 몸담고 있는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했다. 사진은 전날 정호준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대철 전 상임고문의 국민의당 입당에 따라 보복 낙천당한 것으로 알려진 정호준 의원이 부친의 뒤를 따라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정호준 의원은 16일 오전 서울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호준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폐해가 양당에서 나오듯이 양당 체제에 문제점이 많다"며 "다양한 국민의 스펙트럼을 담을 수 있는 정당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 국민의당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컷오프 발표 직후 정치적 거취를 부친인 정대철 전 고문과 상의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버님 말씀도 말씀이지만 정치적 판단은 내 스스로 하는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중구에서 출마하는데 있어 아버지와도 힘을 합칠 것이고, 아버지 뿐만 아니라 지지자·가족·유권자들과 다함께 논의하고 힘을 모아서 승리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 종합편성채널의 보도에 따르면, 정호준 의원은 낙천 직후 정대철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진작 정치적 거취를 함께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뉘앙스로 "아버지, 죄송합니다"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준 의원은 지난 1955년 조병옥 박사·장면 총리 등과 함께 통합야당 '민주당'을 창당한 정일형 박사의 손자다. 정일형 박사는 2대 총선부터 9대 총선까지 서울 중구 선거구에서 민주당과 신민당 소속으로 8선 의원을 지냈다.

    부친의 뒤를 이어 정대철 전 고문도 중구에서 신민당·평민당·민주당 소속으로 5선 고지에 올랐다. 정호준 의원까지 합치면 3대가 같은 선거구에서 14선을 지낸 정치 명문가로, 한국 야권의 살아있는 적통(嫡統)이라 할만하다.

    국민의당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해 "정호준 의원의 입당은 해공 신익희로부터 정일형·이태영 박사,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까지의 민주당 뿌리를 잇는 전통과 정통성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는 입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1월 15일 정대철 전 고문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 정호준 의원은 당에 잔류하면서 적통이 둘로 나뉘어졌었다.

    이후 정대철 전 고문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정호준 의원을 대표비서실장에 임명하려는 '인질 정치' '볼모 정치'의 시도를 강경하게 반대하면서까지 아들의 정치적 안위를 염려했으나,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른바 '야권 통합' 논의가 무산되자, 더민주가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의 지역구에 일제히 공천을 하면서 정호준 의원을 '컷오프'하는 인질 살해의 비정한 정치를 자행한 것이다.

    시기는 다소 늦었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당에서 정치를 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는 평이다.

    이날 정호준 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당은 소속 의원 수가 20명이 돼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 숙원을 이룬 셈이지만, 막상 교섭단체 구성 신고는 일정 기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광주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된 임내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내현 의원은 17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향후의 정치적 거취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탈당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16일 교섭단체를 구성하더라도 하루 만에 다시 교섭단체가 깨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헌정 사상 최단기 교섭단체의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 구성 신고를 다소 미루는 게 좋겠다는 점에 지도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교섭단체 구성은 다소 미루기로 했다"며 "교섭단체가 됐다, 안 됐다 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섭단체 구성 신고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계파 학살'이 이뤄지면서, 서두르지 않더라도 차차 진행될 '이삭 줍기'를 통해 충분히 국회의원 20명 이상을 확보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영환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친이(親李)와 비박(非朴)들에 대한 공천 학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가운데 좋은 개혁 세력이 있나 살펴보고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며 "공천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계파 정치에 희생된 분들을 영입하는 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문제는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