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 전제로 검증절차 진행, 불출석하면 영상자료 감정으로 대체
  • ▲ 양승오 박사 재판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 재판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법원이 병역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신체를 검증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 및 방법을 사실상 확정했다.

    법원은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선정한 6명의 의사로 검증단을 구성해, 주신씨가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 검찰과 변호인 측이 합의한 의료기관에서 주신씨의 신체에 대한 MRI 및 엑스레이 촬영 등을 실시하고, 주신씨가 끝내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는 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영상자료(MRI 및 엑스레이)를 감정하는 방법으로 절차를 대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따라 2011년 말부터 불거진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은, 결국 법원의 신체검증이나 영상자료 감정을 통해, 그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온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등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9차 공판에서, 이 사건 핵심 증인인 박주신씨에 대한 신체검증 및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비교·판독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제시됐다.

  • ▲ 양승오 박사. 양 박사는 2012년 2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직후부터, 주신씨 명의의 허리 MRI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골수신호강도’를 근거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 양 박사는 2012년 2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직후부터, 주신씨 명의의 허리 MRI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골수신호강도’를 근거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 원장 등은 2012년 2월 22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직후부터, 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방법으로, 병무청으로부터 부당하게 병역변경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 박사 등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주신씨 명의의 허리 MRI 및 자생병원 흉부엑스레이-구외 엑스레이(치아 엑스레이)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양 박사 등 피고인들은 공판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주신씨 명의의 3개의 엑스레이를 비교판독한 결과, 엑스레이 속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점이 발견된다며, 주신씨가 대리신검자 등을 내세워 병역을 기피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나아가 피고인들은 자생병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치아엑스레이를 판독한 결과, 해당 엑스레이는 주신씨가 아닌 제3자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의혹들이 나타난다며, 이들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주신씨의 증인소환과 신체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 양승오 재판 피고인들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핵심 증거로 꼽고 있는 주신씨 명의의 3개의 엑스레이. 왼쪽부터 공군훈련소 엑스레이(2011년 8월 촬영)-자생병원 엑스레이(2011년 12월)-비자발급용 엑스레이(2014년 7월). ⓒ 뉴데일리DB
    ▲ 양승오 재판 피고인들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핵심 증거로 꼽고 있는 주신씨 명의의 3개의 엑스레이. 왼쪽부터 공군훈련소 엑스레이(2011년 8월 촬영)-자생병원 엑스레이(2011년 12월)-비자발급용 엑스레이(2014년 7월). ⓒ 뉴데일리DB
     
  •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엑스레이와 실물사진 비교.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엑스레이와 실물사진 비교. ⓒ 뉴데일리DB

    이 사건 피고인들이 병역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꼽고 있는 것은 흉부엑스레이 비교판독 결과 나타나는 석회화 현상 존재 여부, 극상돌기 배열 방향의 차이 등이다.

    의사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를 비교판독한 결과,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석회화 현상 및 극상돌기 방향 차이 외에도, 흉곽의 형태, 기관((氣管)의 뻗은 모양(기관의 주행 상태) 등을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 ▲ 의료혁신투쟁위원회(공동대표 정성균·최대집, 이하 의혁투)가 10월 25일 오후 서울 뉴국제호텔 16층 세미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서울시장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전문의학적 소견]을 발표했다. 사진 왼쪽은 의혁투 최대집 공동대표, 사진 가운데는 남동기 전 아주대 의대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의료혁신투쟁위원회(공동대표 정성균·최대집, 이하 의혁투)가 10월 25일 오후 서울 뉴국제호텔 16층 세미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서울시장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전문의학적 소견]을 발표했다. 사진 왼쪽은 의혁투 최대집 공동대표, 사진 가운데는 남동기 전 아주대 의대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나아가 피고인들은 주신씨 명의의 치아엑스레이 및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만 20세의 나이에 이미 썩어 옆으로 기울어진 사랑니의 상태, 미국 치과교재에서도 사용을 금기시하고 있는 캔틸레버브릿지 시술을 한 사실, 저작(咀嚼) 기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래쪽 어금니 2개가 빠진 상태에서 수년간 방치된 사실 등을 의혹의 근거로 들고 있다.

    앞서 지난 공판에서 유명 치대에 재직하고 있는 A교수는, 주신씨 명의의 치아엑스레이 및 주신씨의 실체 치아상태를 볼 수 있는 실물사진과의 비교를 통해, 엑스레이 속 피사체를 주신씨로 볼 수 없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 ▲ 치과의사 김우현 원장이, 주신씨 명의의 자생병원 구외 엑스레이를 바탕으로 만든 치아 모형. ⓒ 김우현 원장 제공
    ▲ 치과의사 김우현 원장이, 주신씨 명의의 자생병원 구외 엑스레이를 바탕으로 만든 치아 모형. ⓒ 김우현 원장 제공

    반면 박원순 시장 측은 “아들의 병역의혹은 병무청과 검찰 등 국가기관이 무려 6차례나 검증을 끝낸 사안”이라며, 피고인들의 주장은 정치적 음해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승오 박사 등을 기소한 검찰 역시, 이 사건 공판을 통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엑스레이의 차이는 대부분 촬영 각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의혹 제기를 부정하는 조갑제닷컴 기사 등을 관련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승오 박사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앞선 공판을 통해 박주신씨의 이 사건 증인 출석과 신체검증의 필요성을 밝혔다.

  • ▲ 2012년 2월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당시 현장 모습. ⓒ 서울시 제공
    ▲ 2012년 2월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당시 현장 모습. ⓒ 서울시 제공

    재판부는 2012년 2월 공개신검에 대한 의견도 나타냈다. 재판부는 피검자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한 마커를 부착하지 않는 등, 당시 공개신검이 미진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이 사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주신씨의 신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주신씨를 이 사건 증인으로 채택하고, 이달 20일 법정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서울시장공관 등으로 보냈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박원순 시장과 주신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 사건 재판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며, 출석거부 의사를 재판부에 전했다. 박 시장 측은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국가기관 등이 이미 6번이나 확인을 끝낸 사안”이라며, 주신씨의 해외 주소지를 알려달라는 검찰의 협조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법무부에 형사사법공조요청서를 보내는 등, 영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주신씨의 해외 주소지 파악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린 양승오 박사 재판 9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사에게 주신씨의 증인소환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검사는 “주신씨가 20일 출석이 어려운 모양”이라며, “이메일과 전화로 소환을 통보하려고 했는데 본인과 연락이 안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주신씨의 재소환 기일을 다음달 22일로 다시 정하고, 증인소환절차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주신씨의 신체검증에 필요한 절차를 검사 및 변호인과 협의했다.

    검사는 신체검증을 어떻게 시행할 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장소섭외 등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검사는 “절차는 변호인들께서 의견 주신대로 하면 (신체검증의) 공정성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신씨 신체검증을 위한 의료진 구성 등에 있어, 변호인 측과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앞서 지난 공판에서 양승오 박사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박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외부감정을 위해, 검사와 변호인 측이 각각 3명씩 모두 6명의 의사를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검찰이, 변호인 측이 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박주신씨 신체검증 혹은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은,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3명씩 추천한 6명의 의료진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신씨의 신체검증을 위한 병원을 어디로 할지는 추가 합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차기환 변호사는 서울대병원이나 분당에 있는 00병원을 제시했으나, 검사는 “MRI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좋다”며 강남 지역의 모 병원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검찰 측이 MRI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된 곳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피고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영상자료 바꿔치기’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기환 변호사는 검사의 제안에 “제시해 주시면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다만 차기환 변호사는 재판부에, 올해 안에 결론을 낼 수 있도록 감정 실시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신체)검증은 대한의협에서 하고, (주신씨가) 불출석하면 (영상자료) 감정으로 갈음하려 한다”며, 신체검증 및 영상자료 감정에 관한 사안을 정리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을 공직선거법상 낙선 목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으며, 선관위는 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2012년 2월 공개신검에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양승오 박사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지난해 12월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이날 9차 공판까지 모두 14차례 열렸다.

    다음 10차 공판은 20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