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새민련 의원, 10일 미방위 국감서 "MBC뉴스는 편향적 보도" 맹비난

  • 10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626호 안이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에 맞춰 잠시 정회됐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국정감사가 재개됐기 때문.

    이날 국정감사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4개 기관의 수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미방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정책 질의를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방송 통신 기술이나 정책 분야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던 오전과는 달리, 오후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추천하는 공영방송 이사진에 대한 '자질 문제'가 집중 거론되면서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스타트는 '공영방송 저격수'로 통하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끊었다.

    오전 국감에서 "이인호 KBS 이사장의 해외 출장 계획서를 받아달라"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압박한 최민희 의원은 오후 2시 10분경 자신의 주질의 차례가 돌아오자 해묵은 '강연 영상'을 다시 끄집어내며 방송문화진흥회를 힐난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최민희 의원이 공개 상영한 영상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2013년 1월 4일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겨냥해 했던 발언을 짜깁기 한 것.

    이 영상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라며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후보나 부림사건이 공산주의운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은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일절 생략한 채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라는 고 이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최 의원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빤히 쳐다보며 '너무도 뻔한' 질문을 던졌다.

    (최민희) 위원장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저 발언을 할 때 신분이 뭐였습니까?


    애당초 답변을 듣기 위해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최성준) 잘 모르겠습니다.

    (최민희) 방문진 이사였습니다. 지금은 이사장입니다.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님, 지금 문재인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저 발언이 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효종)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최민희) 이런 것도 답변 못합니까? 국민의 48.6%가 지지한 분을 공산주의자라고 얘기하는 게 적절합니까?

    (박효종)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민희)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님, 저 발언이 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재홍) 매우 옳지 않은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성준 방통위원장,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과 얘기를 나누다 돌연 야당 추천 인사인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에게 질문을 던져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강요하다시피' 이끌어낸 최민희 의원은 의기양양한 기세로 고영주 이사장의 가슴에 못을 박는 발언을 가했다.

    (최민희) 고영주 이사장은 MBC를 위해 즉시 그만두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강연 동영상을 통해 고영주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로 활동할 당시 문재인 대표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음을 상기시킨 최 의원은 "일부 이사들이 '2연임' 혹은 '3연임'으로 방문진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라고 혹평했다.

    (최민희) 김광동 이사가 방문진 이사 3연임을 했고, 차기환 이사는 방문진에서 2연임한 뒤 메뚜기처럼 넘어와 KBS 이사가 됐죠. 이전에 김광동 이사처럼 3연임한 경우가 있었나요?

    (최성준) 없습니다.

    (최민희) 거기까지 듣고요. 이렇게 3연임까지 하면서 공영방송 이사로 임명한 특별한 이유라고 있습니까?

    (최성준) 방문진 이사는 비상근직으로, 직업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재홍) MBC 방문진의 이사로서 6년간 연임하시고 다른 경쟁사의 이사로 3번째 선임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민희) 그런데 왜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께서는 이런 인사를 밀어붙였을까요?

    (김재홍) 저희들 야당 추천 위원들은 토론을 통해 공정한 결과를 얻길 바랐지만 결국 원하는 대로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이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회의 참석을 계속 미룰 수가 없어서 마지막엔 참석을 했고요….

    저희들이 상임위원이지만 실제로 임면권을 행사할 때 재량권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삼석) 당시 깊이 있는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배경으로 3연임을 강행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 ▲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 뉴데일리
    ▲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 뉴데일리

    야당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성토를 경청하던 최민희 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김광동 이사 등이 3번째로 공영방송 이사직에 오른 것은 '청와대의 입김'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최민희) 방통위원장님, 이게 다 청와대에서 밀어붙였기 때문 아닌가요?

    (최성준) 그렇지 않습니다.

    (최민희) 그러면 이들을 이사로 추천하고 선임한 게 모두 위원장님의 소신이었습니까?

    (최성준) 방송문화진흥법의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서….

    (최민희) 외압을 받아서 한 것이죠. 거기까지 하시죠. 위원장님 소신이 아니었죠?

    자, 그리고 MBC뉴스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보도를 했습니다.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이 재점화 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지금 고발됐죠?

    (최성준) 네,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만 들은 뒤 "거기까지만 듣겠다"며 말꼬리를 잘라 버리는 오만방자한 화법을 구사한 최민희 의원은 화제를 MBC로 돌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을 보도한 방송 보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최민희) 참 편파적인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 보도 내역은 병무청에서 경찰에서 법원에서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사안입니다.

    MBC가 검찰이 시민단체의 고발로 재수사를 시작했다는 보도를 했는데, 이는 야권의 유력 후보를 죽이는, 대단히 정치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보도라고 봅니다.

    뉴스를 보면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이런 대목이 나오는데요. 뭐가 팽팽히 맞섭니까? 그런 일이 없습니다. 이미 혐의가 없다고 종결된 사안입니다. 이런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심의를 하겠습니다.

    (최민희) 장낙인 방통심의위원회 상임위원, 제대로 심의하겠습니까?

    (장낙인) 예.

    (최민희) 장낙인 위원님, 이 보도 보셨나요?

    (장낙인) 아직 내용은 못봤습니다. 잘 심의하겠습니다.


    마치 어른이 나이 어린 아이들을 다그치듯 시종일관 피감자들을 몰아붙인 최민희 의원은 아무런 하자가 없는 MBC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편파 보도'로 규정짓고, 국감에 출석한 방통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을 직접 호명하며 "제대로 심의하라"는 엄포를 놨다.

    최민희 의원의 '기세'에 눌린 장낙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은 아직 보지도 못한 MBC뉴스를 "잘 심의해보겠다"고 다짐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방송 심의 기관을 상대로 국회의원이 '외압'을 행사하는 낯뜨거운 장면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벌어진 것.

    생떼도 이런 생떼가 없다. 시민단체들이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의혹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는 보도가 대체 무슨 문제인가?

    어떠한 사견이나 시각도 담겨 있지 않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편파 보도'라고 몰아세운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편협된 시각을 거꾸로 '중립 인사'인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주입시키려는 무모한 모습을 보였다.

  • ▲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 뉴데일리



    "문재인이 부림사건 변호" 두산백과에 기록


    최민희 의원이 걸고 넘어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동영상도 알고 보면 아무런 하자가 없는 내용이다.

    당시 강연에서 '문재인 후보가 <부림사건>에 관여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던 고영주 이사장은 그해 12월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문재인 변호사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았었다는 얘기는 '저쪽 동네'에서 먼저 불거진 내용이었다"며 "자신도 그런 얘기들이 하도 많이 나오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문재인 의원은 당시 변호인 신분도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훗날 문재인 변호사가 <부림사건> 변호를 맡았었다는 얘기가 널리 퍼졌었죠. '저쪽 동네'에서 먼저 불거진 얘기입니다. 그래서 청와대 인맥이 전부 <부림사건> 인맥이라는 말까지 나온거구요. 저도 그런 얘기들이 하도 많이 나오길래 그런 줄 알았죠.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그 당시 변호인이 아니었습니다.


    고영주 이사장은 "팩트가 틀린 얘기였지만, 최근 문재인 의원 스스로 '자신은 이 사건 변호를 맡은 적이 없다'고 밝히기 전까지는 모두가 기정사실로 간주하는 분위기였다"며 부풀려진 허구의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수년 동안 문재인 의원을 미화하는 미담(美談)으로 활용돼 왔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고영주 이사장과 인터뷰를 할 당시만해도 <두산백과사전>에는 "당시 변론은 부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무현·김광일·문재인 등이 무료로 맡았는데, 특히 노무현은 고문당한 학생들을 접견하고 권력의 횡포에 분노하여 이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잘못된 내용이 기술돼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은 일심동체?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는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2008년 한 시민단체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형법상 내란·외환 혐의로 형사 고발한 것에 기초를 두고 있다.

    당시 한 보수단체는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을 세우고 ▲북한 핵무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가하면 ▲NLL 무력화 시도와 ▲군사력 약화 행위(군 폄하 발언, 사병복무기간 단축)를 지속하는 등, 군사적 이적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이들은 "▲위헌적 통일발상(연방제-연합제)으로 북한과 10·4선언에 합의하고 ▲국보법 폐지 선동과 수도이전 추진으로 국가정통성의 상징인 수도 권위를 실추시킨 것도 노 대통령이 헌법과 법치에 대한 도전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외에도 ▲대남공작원 송두율에 대한 검찰수사를 방해하는 등 간첩과 공산주의자들을 비호하고 ▲한총련에게 북한방문 비용을 대주는 등 反국가·이적단체들을 지원한 것도 노 대통령의 대표적인 이적행위로 손꼽았다.

    이와 관련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노무현의 국가반역 혐의는 간첩이나 공작원이 저지른 단편적 범죄행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전면적·지속적이고 汎정권적인 규모였다"고 단정짓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당시 정부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임 시절 '친북 행보'를 걸어온 노무현 대통령의 스펙트럼과 문재인 대표의 행적을 별개로 구분짓긴 힘들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한 언론 관계자는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는 말이 나온 것은 노정권 시절부터 개방적 대북·통일정책을 고수해온 그가 야권 대표로서 오랫동안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행보를 걸어온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국가보안법 폐지 ▲낮은 단계 연방제 실현 ▲통진당 해산 반대에 동의하는 행위를 '친북적 행위'로 보는 보수주의 시각에서 비롯된 '광의적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