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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위치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5차례나 바뀌는 모습이 연출됐다.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직후부터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특별예우를 받은 박 대통령은 3일 오전 전승절 기념행사가 시작되기 전 영접에 나선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사진촬영을 가졌다. 이때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에 위치했다.
이어진 단체 기념촬영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펑 여사의 왼쪽에 섰다.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자리했다.
시 주석과 펑 여사 내외 사이에 다른 정상이 서 있는 게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 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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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閱兵式) 참관을 위해 이동할 때는 시진핑 주석의 왼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대오의 선두에 서서 성루에 올랐다. '중국-러시아-한국' 3국 정상이 움직이자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다.
박 대통령은 성루 홀에서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첫번째 자리는 푸틴 대통령이 차지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내외는 오른편 5~6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시선이 쏠렸던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오른쪽 맨 끝에 배치됐다.
시진핑 주석의 왼쪽에는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등 중국 측 인사들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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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루 중앙에 위치한 박근혜 대통령과 구석자리에 배치된 최룡해 비서의 자리는 달라진 한-중,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승절 기념행사 직후 열린 시진핑 주석 주최 오찬 리셉션에서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이. 왼쪽에는 펑 여사와 박근혜 대통령, 노로돔 시아모니(Norodom Sihamoni) 캄보디아 국왕이 앉았다.
행사 기간 내내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 주석의 근거리에 있었다. 중국이 한국을 러시아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예우해준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는 기존 중-러 밀월(蜜月)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서 한국을 좀 더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