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따지던 野 의원들, 문재인 정조준에 반박은 못하고 "너무해"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3일 열린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한 청와대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3일 열린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한 청와대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운영위 출석을 틈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청와대를 공격하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두둔하며 당청(黨靑) 갈등을 더욱 키우려 했으나,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의 사자후(獅子吼)에 실패로 돌아갔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결산보고에 집중해달라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을 무시한 채 주제와 맞지 않는 말만 하다가, 김명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반박하자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와대 비서실·경호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결산심사를 진행했다. 본래 운영위 전체회의는 전날 소집될 예정이었지만, 회의가 열리면 위원장을 맡는 유승민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부들이 직접 조우하는 관계로 정치적 부담이 있어 우여곡절 끝에 이날로 연기돼 열렸다. 

    운영위원장 자리에 착석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오늘은 현안 보고와 결산에 대해서만 말하겠다"며 당청 갈등이 부각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예상대로 주제와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며 '이때다' 싶은 듯이 청와대를 공격했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믿을 국민이 없다"며 "만약 특검이 실시되면 이병기 비서실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데, 이런 분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든다"며 비꼬았다.

    나아가 "이병기 실장께 현재 소회를 묻고 싶다"고 나서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강동원 의원은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해 "1950년 6월 25일은 북한이 나라를 침범한 동족상잔이고, 2015년 6월 25일은 대통령이 국회를 침범한 날"이라며 "형식적으로는 국회법을 거부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회를 거부한 유신의 부활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신경질적인 막말과 악담과 협박을 거침없이 퍼붓고 있다"며 "제왕을 연상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실종됐다"는 강변도 서슴지 않았다. 

    결산보고를 하러 나온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고 질문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은 셈이다.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도 "98년에 비슷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엔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가세했다. 

    아울러 "(국회가 행정부의 시행령을 수정할) 강제권이 명기돼 있지 않고, 여야가 합의해서 요청하는 것 아니냐"며 "여당이 반대하면 (요청도) 안 되는 것인데 그걸 자꾸 본질을 흐리면서 진행하니까 꼬이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같은 당의 부좌현 의원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재의 요구를 하면 될 일"이라며 "그 뒤에 엄청난 말을 붙여 분란을 일으켰다"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두둔하면서 청와대를 공박했다.

    이에 이병기 실장은 "야당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의 시행령 수정 요청에) 강제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모호성이 있는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이 합당하냐"고 되받아쳤다. 

    이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에 대해서도 "국회법이 단초가 됐던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결국 보다 못한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나섰다. 

    김명연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4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특히 야당 대표께서 (그 때와) 이렇게 해석이 다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과거 대북송금특검법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한 말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적절하냐, 혹은 적절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얼마든 논쟁할 수 있지만, 이게 위헌적 발상이고 헌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명연 의원은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거부권을 놓고 강하게 발언하는 (문재인) 대표가 당시엔 비서실장을 했다"며 "당시 청와대도 다 동의해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겠냐"고 몰아붙였다. 

    나아가 "문재인 대표가 한 말을 보면 '국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헌정 질서를 배신했다' '국민을 무시했다'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했다' 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무지의 소치' 발언을 했을 때와 의미가 틀려지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할 말이 없어진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에 질의를 해야지 왜 야당 대표 이야기를 꺼내느냐"며 화를 냈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당의 이언주 의원도 "우리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고 있다"며 "의원 간의 질의를 하는 시간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말씀드렸듯 업무보고와 결산에 집중해줬으면 한다"고 핀잔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