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백지 상태에서…" 김세균 "혹시 또 생각 다시 바꿀 수도…"
  •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사진 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소에서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주비공동위원장(왼쪽)과 자신의 관악을 출마 여부를 놓고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을 마친 뒤 양자는 출마 여부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 사진DB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사진 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소에서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주비공동위원장(왼쪽)과 자신의 관악을 출마 여부를 놓고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을 마친 뒤 양자는 출마 여부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 사진DB

     

    출마할 듯 안할 듯 전직 대선 후보다운 노련한 '밀당' 스킬이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함을 넘어 짜증이 날 지경이다.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이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할지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서 며칠 째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급기야 26일에는 자신과 같이 국민모임에 속해 있는 김세균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자신의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사 취재진을 모아둔 채 회동을 하는 기이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정동영 위원장의 말도 아리송하다. 그는 "현재로선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입장은 29일에 표명하겠다고 했다.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는 다시 "백지 상태에서 지혜를 모아보려고 한다"며 "원점에서 (주변 사람들과) 토론해 볼 것"이라고 했다. 선문답을 연상케 한다.

    회동의 상대방이었던 김세균 위원장도 26일 저녁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본인은 고사했으니까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혹시 또 생각을 다시 바꿀 가능성도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모임도 엄연히 창당을 준비하는 공당(公黨)의 준비모임인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지 안 낼지를 두고 공개 회동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적 촌극이라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4·29 관악을 보궐선거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출마촉구위원회까지 결성돼,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27일 출마촉구위원회 명의로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옥호 전 관악구의원 등 관악을 지역구민 50여 명은 관악을의 후보로 정동영 위원장을 추대하기로 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출마촉구위의 공동대표를 맡은 장옥호 전 구의원은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동시에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도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정동영 전 장관처럼 당선 가능하고 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며 "출마촉구운동을 더욱 확대하고, 조만간 정동영 전 장관을 찾아가 관악을 지역구민들의 의사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혼란 상에 새누리당·새정치연합 양당은 일제히 정동영 위원장의 처신을 비판하고 나섰다.

    당장 몸이 단 것은 새정치연합 정태호 예비후보다. 지난 23일 발표된 휴먼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동영 위원장이 관악을 보선에 출마할 경우 정태호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정 위원장에 뒤처진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대표주자의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태호 후보는 26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관악을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본인의 입장을 정정당당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4·29 보궐선거는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지역을 옮겨가며 선거만 되면 출마하는 '떳다방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출마를 한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결국 정동영 전 의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측도 27일 논평을 내고 "정동영 위원장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오신환 후보 측은 선거대책본부 명의의 논평을 통해 "정동영 전 의원은 관악을 보선 출마 여부를 두고 모호한 태도와 오락가락 발언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최근 정 전 의원의 행태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꼴불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3년 전에는 통진당을 지지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던 야당 세력은 3년 만에 자기들끼리 분열해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며 "야당 세력의 이같은 행태에 관악주민들은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4·29 재보선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혼란을 부추기는 야당 세력 전체를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