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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지난 2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진행한 '타운홀 미팅, 청춘무대'를 피케팅과 고성으로 방해했던 시위대 중 일부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해산된 구 통진당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음은 물론, 심지어 이 중의 일부는 현재까지도 구 통진당 소속 전 국회의원 후보자의 유세 현장에 동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시위대 중 일부는 〈뉴데일리〉 취재진의 질문에 자신의 신분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시위대 중 대표자로 청춘무대에 들어가 김무성 대표에게 질문을 던진 임선재 씨(33·회사원)도 성명을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머뭇거리며 대답을 한동안 회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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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시위대 중 일부는 구 통진당의 외곽 조직인 한국청년연대 소속으로, 구 통진당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결국 새누리당 행사 방해의 주도적 세력은 일반 시민이나 청년이 아니라, 구 통진당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세력이었던 셈이다.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극력 숨기려 했던 이유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구 통진당과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은 흘러간 과거의 옛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었다. 당시 피케팅과 규탄 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박철우 씨가 25일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전 통진당 소속의 국회의원 이상규 예비후보를 따라다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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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철우 씨는 이상규 후보가 지나가는 유권자들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동안 내내 뒤에 서있으면서 이 후보를 따라다녔다. 흡사 이상규 후보의 수행비서 역할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앞서 박철우 씨는 구 통진당원으로 밝혀진 청년 및 관악구 1인 가구 청년들과 함께 23일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진행된 '청춘무대' 장소 앞에서 행사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고성을 지르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박철우 씨는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구 통진당 소속으로 강동구의원 가선거구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해 출마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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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씨 뿐만 아니라 '청춘무대'에 들어가 시위대 대표로 질문을 던진 임선재 씨도 구 통진당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 씨는 지난 2012년 9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누가 뭐래도 나는 '자랑스러운'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글과 함께, 휘날리는 구 통진당 깃발이 담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구 통진당 당원이라고 밝혔던 인사가 '청춘무대'에 시위대 대표로 들어갔던 셈이다. 이에 따라 23일 벌어졌던 '청춘무대' 규탄 시위의 순수성과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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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재 씨는 23일의 '청춘무대' 방해 행각도 모자라 25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문화비즈니스와 리더십 강연'이 열린 한양대에까지 따라가 시위를 이어갔다. 임 씨는 이날 시위에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시위를 예고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게다가 임 씨는 시위 예고글에서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며 종북, 색깔론까지 덧씌우고 나섰다"며 "청년들이 현장에서 목청 터져라 외친 내용엔 관심도 없이 뒷조사나 하는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씨는 정작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임 씨가 올린 글의 댓글에서도 한 이용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조언했지만, 임 씨는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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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4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피케팅 시위대에 대해 "피케팅이 상당히 준비됐고 인쇄물을 복사한 것을 볼 때, 오래 전부터 계획된 방해세력인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의심이 적중한 셈이다.
새누리당 안병도 수석부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무성 대표의 타운홀 미팅을 방해한 청년들 가운데 일부가 옛 통합진보당과 이념성향을 같이 하는 청년들이라는 정황과 증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이날 피켓시위에 참여한 청년들 중 일부는 과거 각종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거나 선거운동원 및 당원으로 활동했다"고 지적했다.
안병도 부대변인은 "관악을은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었던 이상규 후보가 재도전을 선언한 지역"이라며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라고 해서 피켓을 들고 고성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며,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은 인간의 기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