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칼럼] 소미쌤의 학교종이 땡땡땡

    이승만보다 김일성 책이 많은 '수상한 학교도서관'

    책 많이 읽는 한국학생 정치적 편향 가득한 권장도서 문제 많아

    김소미  |  media@mediapen.com

  •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세인트 조지의 날’. 
    바로 4월 26일 세계 책의 날이다.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을 기념해 유네스코가 지정했다. 책의 날만 다가오면 언론들은 한국인의 독서량이 최악이라는
    보도를 쏟아낸다. 성인이 한 달 동안 읽는 독서량이 평균 0.8권으로 세계 최하위의 수준이니 그럴 만도 하다.
    성인이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는 어떨까.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마다 발표하는 ‘2013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한 해 평균 독서량은 32.3권에 달한다. 이는 미국, EU 등 선진국 학생들의 독서량을 추월하고 독서대국으로 알려진 일본 학생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학생들이 이처럼 성인의 3.5배에 달하는 방대한 독서를 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마냥 좋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교과서나 참고서를 제외하고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한국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비밀은 학생들이 책과 만날 기회를 갖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프로그램에 있다. 

    독서문화 진흥이라는 구호 아래 진행되고 있는 교사 동행 아침 독서 운동, 독서 동아리 운영, 밤샘 책 읽기 운동, 다독상 시상, 독서 이력제, 독후감 공모전 등이다. 자세히 보면 학생들이 진심으로 좋아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독서 과제를 해야 하거나, 생활기록부에 남기기 위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형식적인 문제뿐 아니라 학교도서관에 비치된 책의 장르 속에서 학생 독서실태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왜곡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극복할 수 없는 격차가 있는 것처럼 가르치는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반미의식을 부추기고 친북·반일을 의식화하는 『대한민국 걷어차기』, 특정 정치세력의 정파적 입장을 강요하는 『이제는 사회적 경제다』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왜곡 및 편향 도서들이 꽉 차 있다.

    더욱이 이런 도서들에는 버젓이 정부 추천의 딱지가 붙어 있다.
    권장도서라는 얘기다. 자기 부정과 나라를 욕하는 책인데도 그렇다.
  • ▲ 현재 학교 도서관이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사 관련 인물은 김구이고,  그 다음으로 전태일, 김대중, 박정희, 정주영, 노무현, 이병철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한 책은 북한 김일성 책보다도 적다.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 현재 학교 도서관이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사 관련 인물은 김구이고, 그 다음으로 전태일, 김대중, 박정희, 정주영, 노무현, 이병철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한 책은 북한 김일성 책보다도 적다.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책들이 학교 도서관에 비치될 수 있을까.
    학교는 해마다 교사들에게 도서를 추천하라고 한다. 그럴 때 가장 적극적으로 도서를 추천하는
    교사가 있다. 이념적으로 각성이 된 일부 전교조 교사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도서를 적극적으로 신청한다. 다른 교사들은 무관심으로 지나칠 때도 많다.

    교육시민단체 21세기 미래교육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학교 도서관이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사 관련 인물은 김구이고, 그 다음으로 전태일, 김대중, 박정희, 정주영, 노무현, 이병철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한 책은 북한 김일성 책보다도 적다.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서울시 일선 학교에서는 친북 인사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이 배포돼 논란이 일었다.
    교육의원도 아닌 시의원이 제출한 예산을 근거로 시교육청이 배포한 경우였다.
    이처럼 관 주도의 독서진흥 정책뿐만 아니라 교육 자치라는 명분 아래에서도 정치 편향적 도서선택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고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도 변한다.
    책과의 만남도 그렇다. 책 한 권이 갖는 위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크다.
    그러한 만남 가운데 첫 번째가 되어야 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어디에도 없다. 

    대한민국을 최고 가난한 국가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만든 자유민주주의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서술한 책이 학교에는 없다. 미래에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더욱 부강해야 하는 데도 말이다. 잘못된 만남을 강요받는 것이 독서진흥 교육의 현실이다.

    지나침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過猶不及)고 공자가 말했듯 나쁜 책이라도 많이 읽으면 좋다는 식은 어불성설이다. 젊은 시절 좌익 계열 서적을 탐독했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전향하는 지식인이 많다. 왜 그렇겠는가. 읽은 책이 사료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탓에 뒤늦게 허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만나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독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미디어펜 칼럼= 뉴데일리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