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표준어가 된 서울말

    부드러운 말투가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는 인식 때문에
    '서울말이 사람의 쓸개를 뽑아간다'라고도 표현.
    장사꾼들도 서울말 사용.

    이철무 /뉴포커스

    지금 韓流(한류) 열풍이 북한 전 지역을 휩쓸고 있다.
     북한 정권은 날로 확산되는 한류를 막기 위해 검열 수준을 한 단계 강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한류 열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 '서울말'은 단연 인기다. 
      
      2013년 8월 신의주에 살다가 남한에 온 최웅철 씨는
    "국경 연선을 통해 남한 드라마가 북한에 들어오고 있다.
    통제가 살벌하다 보니 제일 가까운 친구나 뒷처리를 감당할 수 있는 간부를 끼고
    CD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CD를 USB에다가 저장하는 것이 간편하기도 하지만,
    이동시에 편리하고 안전하다. 남한 드라마가 북한에 들어오면서
    북한 내 유행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을 접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 주인공의 말투, 눈빛, 행동까지 따라한다.
    또 동네 미용원이나 이발소에서도 돈을 더 줘가면서
    남한식 헤어스타일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 중 단연코 서울말이 인기다. 북한 주민들은 서울말을 두고
    '사람의 쓸개를 뽑아간다'라고 말하는데,
    부드러운 말투가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는 인식 때문이다.
     남자들의 경우 여자와의 첫 만남을 가지는 장소에 갈 때
    일부러 서울말을 연습하고, 세련미를 뽐낸다"며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 ▲ 평양서 데이트하는 남녀들.
    ▲ 평양서 데이트하는 남녀들.
 
 2012년 북한을 탈출하여 현재 남한에 정착하고 있는 김은화 씨는
 "전에는 사랑이라는 표현을 '조국을 사랑하다', '수령을 사랑하다'처럼
구호적 표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남한 드라마를 통해 사랑의 의미가 달라졌다.
많은 여성들도 한국 드라마를 보고 다정다감한 남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일부 장사꾼은 고객을 끌어 당기기 위해 일부러
어감이 좋은 서울말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내 탈북 동기는 남한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2005년에 고가의 금액을 주고 구입한 남한 드라마 '천국의 계단'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차송주(권상우)분과 한정서(최지우)분이 서로 주고받는
사랑에 대한 언어 표현은 당시 나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정도로 설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그 드라마를 계기로 당시 사귀던 남자 친구하고 이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해외 특히 한국문화를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나서
비교할 사람이 생기니 이상형이 바뀌었다.
천국의 계단에서처럼 차분하면서도 여심을 자극시키는
차송주의 말투는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지금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서울말을 따라 하고 있다. 일종의 추세다.
북한 표준어는 선전적인 문구가 많고, 말투고 공격적이고 작극적이다.
때로는 명령식으로 들려 연인 사이에서도 서로 오해를 가지는 사례도 많다.
그런 북한 사람들에게 서울말은 얼어 있는 기운을 녹이는 봄과도 같은 친근성을 갖게 해준다.
또 분위기도 그렇게 된다.

 일례로 동무와 오빠를 비교해보면 좋을 듯하다.
북한에서도 오빠라는 호칭을 쓰면 근사한 도시형 사람으로 돋보인다.
이것이 현재 북한 사회다"라고 덧붙였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