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忠虎' 28호/2014년12월>

    지정학적 완충지대론은 폐기되는가
    = 중국의 한반도 전략 수정과 中-北관계 딜레마 =

    김 상 순 / 在中 칼럼니스트 
  • 최근 중국의 유행 토론 :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할까?”

    이는 오래된 주제이나, 냉랭해진 중북관계와 열정적인 한중관계로 인해 중국에서 다시 유행(?)하는 주제이다. 필자도 이 주제로 수차례 토론에 참여했고, 지난 10월 11일에 방영된 홍콩 봉황위성 TV의 국제시사 토론 프로그램 이후이시탄(一虎一席談)에 패널로 참석하여 5명의 중국학자들과 이와 연관된 문제를 토론했다.
    이번 토론의 원인은 장기간 은둔한 김정은과 북한 실세 3인방의 급작스러운 인천 방문에 있었다. 북한 권력구조의 변화 여부를 시작으로, 요약하자면, 토론의 핵심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변화였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해야 할지를 포함하여, 통일한국 이후의 주한미군 문제는 지난 4월 19일에 방영(필자도 패널로 참가)된 “북한 4차 핵실험을 할 것인가”에서처럼 이번 토론의 종착점이 되었다.
     
9월 25일자 허쉰왕(和讯网)에도 같은 주제의 토론이 있었다. 양페이창(楊佩昌) 박사는, “중국은 북한과 작별할 때이고, 내정불간섭 원칙을 버려야 할 시기가 되었다. 중국의 국력이 약했을 때는 덩샤오핑(登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대외전략이 유효했으나, 오늘의 중국은 대외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타국에 대한 ‘내정불간섭원칙’을 수정하여 ‘간섭’ 할 수 있어야 하고, 간섭의 원칙은 ‘정의’ 여부에 있다.”며 지금이 북한을 포기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재외대사(驻外大使)를 지낸 왕위성(王嵎生)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북한이 부담이 되는 자산이고, 나쁜 카드(Bad Cards)이지만,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다. 나쁜 카드를 좋은 카드로 만드는 것이 고수(高手)이고, 중국은 이러한 연구가 부족하다. 중국이 북한이라는 나쁜 카드를 사용할 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누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것인가? 그것은 미국이다. 이 관점은 유의할 가치가 있다.”고 반대했다. 
  후셴다(胡顯達)는 다른 문장에서, “북한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중국에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다. 적지 않은 주장이 김정은 정권을 포기해야 한다지만, 북한이 중국과 멀어지게 되면, 중국의 민감한 지정학적 이익에서 일종의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손실이 된다.”며 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그런데, 북한이 탈냉전 시대에도 지정학적인 가치 즉, 중국에 ‘완충지대’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정상국가화’ 하려는 중국, ‘특수성 유지’를 강조하는 북한
 
  중-북관계는 흔히 ‘특수한 혈맹관계’ 혹은 ‘전통적 우의관계’라고 표현하며 미사여구를 붙여 대외에 자랑하듯 선전해 왔다. 이러한 표현에 익숙했던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그러나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급속히 냉각되었다. 그리고 올해 7월 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점차 점입가경의 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7월 3일 시주석의 방한 이후, 심각하게 냉각된 중북관계를 언론보도를 기준으로 정리해 보자. ▲7월 27일 61주년 ‘정전협정 기념식’ : 김정은은 중국의 참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 ▲8월 1일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기념식’ : 북한 주중대사관의 고위급 무관들 불참, ▲10월 6일 ‘중북수교’ 65주년 기념 : 양쪽 모두 경축행사 취소/상호간 축전 무, 그리고 ▲10월 25일 중공인민지원군의 ‘6·25 참전 기념식’이 평양에서 열렸지만, 결과는 같았다.

  중-북관계를 ‘특수적 관계’에서 ‘정상관계화’하려는 중국과는 달리, 북한이 중국에게 강조하고자하는 ‘전통적 혈맹’의 ‘북-중관계’는 중국의 ‘국공내전’과 한반도의 ‘6·25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린 ‘전우관계’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 6·25전쟁에 참전하여 첫 전투를 벌인 10월 25일은 북한이 중국과 가장 중시해 온 공동의 기념일이다. 그럼에도, 64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평양 모란봉의 ‘조중우의탑(朝中友誼塔)’에 북한은 불참했다. 류훙차이(劉洪才) 주북한 중국대사가 대사관 직원과 유학생 및 화교 대표 등을 모아서 중국 단독으로 행사를 가졌다고 하니, 의전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관습으로 보아 류 대사의 심정이 상당히 무안하고 불쾌했을 것이다.

  중국의 언론보도에는 류 대사가 “북한과 중국이 견고한 동맹이며, 중국과 북한 양국 군대가 조선전쟁 기간에 세웠던 깊고 두터운 관계를 대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상호간 엇박자로 심기가 불편한 중북관계가 류 대사의 이 말을 기점으로 화해와 관계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중국은 정말 류 대사의 말처럼 중북관계를 전통적 혈맹이나 우호관계로 되돌리려는 것인가?
  

  • 곪을 대로 곪아버린 중북관계, 이젠 마지막 패를 공개할 단계?

      지난 10월 28일자 펑황차이정(鳳凰財政)에서 시사평론가인 후셴다(胡顯達)는 류 대사의 이러한 언급에 대해, “주북한 중국대사의 ‘흔치 않은’ 이런 표현은 중국이 대북관계에 있어서의 전환을 알리는 전조일 수 있고, 중국이 이미 북한과의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려는 뜻을 의미한다.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김정은에게는 의심할 바 없는 최대의 복음(福音)이다.”라고 평했다.

      그러나, 중국의 다른 언론 보도를 보면, 김정은이 중국에 대해 감정적으로 일관한다고 비평한다. 10월 31일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30일로 예정되었던 중국 단동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일이 북한의 투자 부진으로 무기한 연기되었고, 북한은 북한지역의 진입도로까지 건설해 줄 것을 요구했다.”라는 중국측 시공사의 불만까지 소개했다.  

      11월 3일자 중국 인터넷 매체인 BWCHINESE 중원왕(中文网)은 “김정은이 건설 중인 평양국제공항 제2청사를 둘러보다 ‘세계적 추세와 다른 나라의 장점을 취하고, 동시에 주체성과 민족성이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그렇지 못하다. 이대로 시공하면 어떤 국가의 공항을 복제한 것이다’는 지적과 함께 공사 중단과 재건설을 지시했다.”며, 1일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사의 보도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어진 BWCHINESE의 격앙된 보도 내용이 중북관계의 현주소라는 생각이다.

     “도대체 그 어떤 국가라고 한 것은 어느 나라인가? 김정은은 어째서 중국색채를 제거하려는 것에 ‘광분(狂奔)’하는가? 중·북 압록강 우의(友誼)대교 공사와 연관시키자면, 중국은 공기 내에 완공했으나 북한은 오히려 (공사를) 포기했다. 중-북관계는 확실히 크게 퇴보하고 있고, 이미 카드놀이에서 각자 손에 든 마지막 패를 공개하고 승부를 결정하는 상황까지 근접해 있다.”  

      작금의 중-북관계는 분명 전통과 혈맹을 강조하던 예전과는 거리가 멀다.
    강력한 경고를 무시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한 중국은 시주석의 파격적인 방한을 통해 한반도 정책에 대한 변화와 북한에 대한 경고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한국을 먼저 방문한 시주석의 행보와 북중 정상회담을 유보하는 중국의 태도에 격분해 있다. 중국과 북한사이에 갈등의 골이 심상치 않다. 서로 마지막 패를 펼쳐야 할 때가 정말 다가온 것일까? 

  • 중국, 견고했던 대북정책을 수정하다 : 중-북관계의 ‘정상국가화’ 

      시사평론가 무춘산(木春山)은 지난 8월 22일자 허쉰왕(和訊网)의 기고문에서 중북관계가 냉담해지는 원인으로, “첫째는 중-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비특수화(非特殊化) 하려는 중국의 정책조정이고, 둘째는 갈수록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북한의 대외(對外) 행위이며, 셋째는 증가하는 한중협력”이라고 정리했다.

    중국은 지금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필자가 중국학자들의 논문과 토론에서 자주 접하는 이 문제의 해답이 아래 무춘산의 문장에 함축되어 있다. “중-북관계의 냉담한 배경 아래 시주석의 방한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조정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중국의 대북외교는 갈수록 이성적으로 가고 있고, (더 이상) 먼 길로 돌아가지 않는다. 북한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국의 대북정책 조정에 대한 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한반도 전략에 대해 한국 정부와 학계에서도 깊은 관심으로 지켜봐야 할 새로운 핵심은 이곳이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이제 점차 중공중앙대외연락부(中共中央对外联络部, 이하 ‘중련부’)의 손을 벗어나 중국 외교부의 주도권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국으로 보자면 좋은 일이다. 미래의 ‘정상적인 중-북관계’는 중국의 동북아 이익에 부합한다. 북한이 해야 할 것은 적응이지 도전이 아니며, (북한은) 이점을 주시할 가치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련부(中联部)’는 중국이 타국 특히 사회주의 국가와의 당 대 당(黨 對 黨) 외교를 담당해 왔고,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의 특성상 ‘중련부’는 중국 외교부보다 위상이 높다. 따라서 이 문장에는 ‘특수한 중-북관계’를 담당했던 ‘중련부’의 임무가 외교부를 통해 ‘정상적인 중북관계’로 전환한다는 점과, 북한은 적어도 중국에게만큼은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는 숨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진핑 시대의 대북정책은 분명히 변했고, ‘중-북 정상화’라는 방향과 국익추구의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했다. 중북관계의 미래는 북한에게 넘겨진 셈이다.
  • 수정된 중국의 한반도 정책 : 핵심을 읽고 미래전략을 준비할 때

      경험 부족은 남의 손에 든 패를 읽기조차 어렵고, 감정조절의 실패는 내 손에 든 패를 상대에게 읽히기 마련이다.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이제 적어도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대한 확실한 목표를 선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10월 30일자 중국 칭녠왕(靑年网)에 실린 기사를 보면 중국이 북한에게 바라는 구체적인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해야 하고, 중-북간의 무역액 증가를 통해 북한의 GDP를 증가시켜야 한다. 경제발전만이 북한이 한국과 미래를 견줄 수 있는 자산이자 실력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편승하여 중국과 공동발전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탈냉전 시대에 세계의 시장경제체제에 순응하는 중국의 개혁개방은 더 이상 서방과 적대적 관계가 아니며, 복합적인 상호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공격할 필요성이 서방에는 없어졌고, 미국의 경우를 가정해도, 미국이 북한을 거쳐 중국을 공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중국에 존재한다. 만약 미·중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전장은 육지가 아닌 해상과 공중이 될 것이고, 이는 북한의 지정학적인 전략적 가치가 이미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은 이제 중국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자주 접하는 일종의 상식(?)이 되었다.

      오늘의 중국은 북한을 냉전시대처럼 지정학적인 완충지대의 가치로만 판단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변하였고, 분명하게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현실적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외교의 특성상,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남북한 ‘균형외교’와 ‘공평성’이 기준이고, 핵심은 중국의 ‘국익 추구’가 우선일 것이다. 전통적이니 혈맹이니 하는 비정상적인 특수적 관계보다 국익 추구를 우선하겠다는 확실한 외교적 목표를 수립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민간에, 혹은 한국의 언론에서 자주 흥미롭게 거론되는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주제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