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당내 반발에 장외투쟁 동력 잃어 원내투쟁 명분 찾기 나설듯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8일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에서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만난 뒤 단식을 중단하며 기자회견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8일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에서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만난 뒤 단식을 중단하며 기자회견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김영오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10일 동안 동조 단식을 벌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의원이
    28일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김영오 씨가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단식 중단을 요청해 더 이상 단식을 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20분 경
    서울 동대문구 동부시립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김영오 씨와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했다. 이제 저도 단식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저는 김 씨의 생명이 걱정돼 단식을 말리려고 단식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에 아무런 역할도 못했고,
    오히려 떼단식 확산과 사회분열 조장에 나섰다는 지적이 더 많다.

    특히 문재인 의원은 2004년 8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있으면서
    승려 지율의 천성산 KTX공사 반대 단식을 돕던
    시민단체를 향해
    "단식을 부추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져
    이중적인 태도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데 나서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안되고 있다.
    저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
    고 말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유족간, 여야와 유족간 대화가
    좀 더 활발하게 이뤄져서
    빠른 시일내에 원만한 합의에 이르게 되길 바란다"
    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능하면 정기국회 전에, 늦더라도 추석 전에는 특별법 문제가
    잘 타결이 돼 국민이 정말 개운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일종의 추석 선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길거리 홍보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길거리 홍보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김영오 씨와 문재인 의원의 단식 중단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빌미로 국회를 뛰쳐나간지 사흘 째를 맞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 투쟁'도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단식 중단으로 장외투쟁의 동력이 상당 부분 사라진 데다가 
    여론 악화로 인한 입지 상실도 심각한 수준이어서다. 

    지난 며칠 사이에는 당내에서조차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갈 곳 잃은 '박영선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앞서 지난 26일 조경태 전 최고위원을 포함한 새민련 의원 15명은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됩니다]라는 제하의 연판장을 돌리며, 
    장외투쟁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아무런 명분도 얻지 못하고,
    '투쟁'을 독려하는 강경파들이 득세한 상황에서
    장외 투쟁을 완전히 접는 것 또한 어려운 상황이어서  
    '박영선 지도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새민련이 조만간 
    장외투쟁을 완전히 접기 위한 명분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민생을 외면한 채 국회를 버리고 투쟁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원내 투쟁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단 30일까지는 장외투쟁을 계속하면서 
    유족 측의 요구를 앞세워 다음 주에는 장외투쟁을 철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강경파에 염증느낀 온건파 15人 "장외투쟁 중단하라!"

    문재인 의원 등 투쟁 선도 강경파와 정략적 선동에 반기 든 온건파로 양분화


  • ▲ 지난 26일 당의 강경투쟁에 반대하며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연판장에 서명한 새정치민주연합 15명의 의원들.ⓒ연합뉴스
    ▲ 지난 26일 당의 강경투쟁에 반대하며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연판장에 서명한 새정치민주연합 15명의 의원들.ⓒ연합뉴스

    민생을 외면한 채 장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국회를 버리고 투쟁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무모한 투쟁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 

    그런 흐름에 반대,
    길거리 투쟁을 중단해야 한다며 
    반기를 든 온건파로 양분화되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2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강경파 주도의 장외투쟁에 동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헌법기관인데,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을 한다는 것은 
    책무를 집어 던지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국회의원의 존재가치를 저버리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앞서 전날 조경태 전 최고위원을 포함한 소속 의원 15명은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됩니다]라는 제하의 연판장을 돌리며, 
    "단식과 장외투쟁 만큼은 정말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판장에 서명한 이들의 설명이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과 합의한 바 있고 
    재합의까지 한 바 있다.
    장외투쟁의 명분 또한 없다.

    재야 시민단체와 민주당의 역할과 선택이 동일할 수도 없고, 
    동일할 이유도 없다. 

    재야 시민단체는 말 그대로 재야에,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있어야 하는 것이 권한이고 의무다."


    국회의원이 재야 운동가로, 
    제1야당이 시민단체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연판장에 서명한 이들은 총 15명. 
    당내에서 비주류·중도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김동철, 김성곤, 김영환, 민홍철, 박주선, 백군기, 
    변재일, 안규백, 유성엽, 이찬열, 장병완, 주승용, 
    조경태, 황주홍 의원(가나다 순)
     


    이들은 지난해 노숙 투쟁을 상기하며, 
    [이번에도 국민들은 국회 일정을 파행시킨 우리를 외면할 것]이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읍소했다. 

    "작년 여름, 
    당내 강경론의 압력을 못 견디고 

    서울시청 앞에서 
    석 달 열흘간 천막 치고 노숙해 얻은 결과가 무엇인가.

    금년 여름, 
    우리가 제안한 분리 국정감사 첫 날인 오늘, 

    그 첫 국회 일정조차 파행시키며 시작한 이 장외투쟁도 
    작년 노숙투쟁처럼 
    의회민주주의의 포기로 기록되고 

    우리와 국민 사이는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이 정도는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라고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판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황주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초선 일지]를 통해 
    박영선 원내대표를 강력 비판했다.

    "오늘 결국 국회는 공전하고 일정은 파행을 겪었다. 
    이것은 정말 [중증]같다.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던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굳고 빛나던 첫 취임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 버렸다." 

       - 황주홍 초선일지 中



  • ▲ 국회일정을 중단하고 강경투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떼시위를 벌이고 있다.ⓒ정재훈 기자
    ▲ 국회일정을 중단하고 강경투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떼시위를 벌이고 있다.ⓒ정재훈 기자



    27일 박영선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집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팅 시위를 벌였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투쟁 정당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는 대통령, 
    말뿐인 대통령,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통령을, 
    어떻게 국민이 신뢰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

       - 박영선 원내대표


    피켓 시위에는 
    박영선, 박지원, 정세균, 김영록, 박범계, 
    김우남, 이윤석, 유인태 의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9일째 단식농성 중인 문재인 의원은 
    당원들이 강경투쟁으로 나선 것에 만족한다는 듯, 
    피켓 시위를 벌인 의원들을 격려하면서 
    박영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의 단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강경투쟁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야당 관계자들은 
    "15명의 의원들이 연판장에 서명했지만, 
    강경파로 분류되는 약 50여명을 제외한,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장외투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
    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갈수록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결국 강경투쟁의 동력도 바닥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경태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의원의 단식투쟁과 관련, 
    [이제 국민들은 그가 무엇 때문에 단식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원래는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중단을 위한 명분으로 
    문재인 의원이 단식을 시작했는데,  

    단식을 전혀 말리지 못하고 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갈등의 요소를 조정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가족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갈등을 조정하려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조장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국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조경태 전 최고위원은 
    여야의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서로 양보와 조율을 통해 
    조속히 국회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점에서 강경파 의원님들이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15명의 의원들이 지난 26일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연판장에 서명해 당내 의원들에게 배포했다.ⓒ국회 관계자
    ▲ 새정치민주연합 15명의 의원들이 지난 26일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연판장에 서명해 당내 의원들에게 배포했다.ⓒ국회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