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장마철에 생기는 인간불바다

     박주희 /뉴포커스

    많은 사람들은 비오는 날 밖에 다니기를 꺼린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장마철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 탈북한 양강도 갑산군 출신 이연미 씨는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장마철을 손꼽아 기다린다.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면서 산골짜기에 살던 개구리들이 물살을 타고 강기슭으로 내려온다. 이 시기를 기다려 개구리를 잡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2000년대 초부터 중국 사람들이 개구리 기름을 사면서 값이 비싸졌다. 큰 개구리 한 마리면 입쌀 두어 키로 값이다. 배 안에 차 있는 기름을 따서 팔고, 말린 개구리는 기름에 튀기거나 국을 끓여 먹으면 고급 반찬이 된다."고 했다.
 
이어 "개구리는 9월 초부터 배에 기름이 차는데, 잡는 사람이 늘어나 이 시기에는 개구리를 구경하기 힘들다."면서 "비 오는 날 저녁에는 불을 켜고 잡는 사람의 수가 개구리 수보다 훨씬 많다. 집에서 내려다보면 강줄기를 따라 줄지은 불줄기가 꼬리를 물어 먼 곳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1년에 탈북한 강정숙 씨는 "북한의 농촌 집들은 거의 전깃불을 보지 못한다. 어두운 밤에도 불을 켜지 않은 세대가 태반이다. 저녁은 밥 먹고 자면 되지, 아까운 기름을 태우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등잔기름도 돈이 아까워서 못 켜던 사람들이 개구리 잡이를 나갈 때는 싼 건전지라도 사서 온 가족이 나간다."고 했다.
 
"개구리는 아이들이 잘 잡는다. 아빠가 위에서 돌을 들고, 아래에서 그물채를 들고 있던 아들은 놀라서 뛰는 개구리를 후려쳐서 잡는 식이다. '잡았다'하는 환성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때면 잡지 못한 사람들이 안달이 나서 뛰어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인접한 북한 연선 지방에는 개구리 종자가 말랐다고 했다.  정부에서 개구리를 잡지 말라고 포고도 내렸지만 듣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사람들도 배짱이 생겼다. 고난의 행군 시기, 당에서 하라는 대로 해서 차려진 건 죽음 밖에 없다는 것을 생활을 통해 체험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등잔기름은 귀하다. 당시 등잔기름 값이 1병(500g)에 1200원 정도다. 이 양이면 보름은 쓸 수 있다. 그런데 개구리 잡을 때는 등잔을 켜지 못한다. 비바람에 불이 빨리 꺼지기 때뮤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건전지를 사서 쓰는데, 2개를 한번에 끼우면 얼마 못가서 방전된다고 한다.
 
이미연 씨는 "그래도 사람들은 비싼 전지를 쓰더라도 개구리 잡는 것이 더 이익이 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개구리가 있을 만한 곳이면 깊은 산골짜기라도 비를 맞으면서 찾아간다. 밤에 조용하던 골짜기가 사람들로 북적대는 인간 불바다로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서는 이맘때면 개구리 잡으러 산골짜기마다 비를 맞으면서 다닐 것"이라면서 "컴컴한 저녁에 비에 푹 젖은 옷들을 구들에 말리면서도 개구리를 잡기 위해 뛰어다닐 고향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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