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3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고 강경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법원의 심사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은 법과 정치를 혼동한 자충수다.

    김 위원은 당연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소설 주인공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고 비유했다. 정치와 무관한 순수한 호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4억원을 불법으로 받은 혐의다. 그래서 구속 사안이라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이 다를 때 판단하는 기관이 법원이다. 영장실질심사는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를 불러 판사가 직접 소명을 듣는 기회다. 피의자를 위해 만들어진 사법 절차다. 김 위원은 본인이 떳떳하다면 당연히 심사에 응해 판사에게 직접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야당 탄압은 법원과 무관하다. 만약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면 더더욱 법원에 호소해야 할 일이다. 법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오히려 불법이란 의심을 더 살 뿐이다.

    민주당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 본인은 “심사를 당당히 받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인데 당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문제”라며 출석 거부 입장을 정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당이 더 문제다.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위해 김 위원의 개인적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다. 사법 절차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한 법원의 심사에 응하는 것이 김 위원 본인에게 분명 유리하다.

    이렇게 법과 정치를 혼동하는 구태의연한 정치를 버리지 못하는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29일 보궐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치러진 보선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완패했다. 14곳 선거구 가운데 무투표 당선된 한 곳을 제외하곤 의석을 얻지 못했다. 텃밭인 전남 여수에서도 민노당에 졌다. 민주당은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한 결과를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 위원은 오늘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젊은 정치인답게 처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