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같은 광고 통해 게이머에게 주어진 막강한 힘 그려

  •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게임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중독’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게임 중독’이 바로 그것이다. 

      대개의 중독 현상은 ‘도파민’의 분비, 활성화와 재흡수에 관련된 문제다. 담배의 니코틴이나 마약 성분은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만족감을 준다. 진짜 환각물질은 우리 뇌에서 분비되며 담배나 마약 등은 그 마약의 촉매제나 보조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그런 화학물질 말고도 도파민에 영향을 끼치는 게 있다. 바로 섹스, 도박, 그리고 컴퓨터 게임과 같이 큰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는 행위들이다. 

      최근 발표된 플레이스테이션의 새 성인용 게임 ‘악명 높은 둘째 아들(inFamous Second Son)’의 광고는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에 탐닉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텔레비전용 광고는 매우 묵시록적으로 보이는 도시 안의 한 병참에서 시작된다. 비상 사이렌이 울리며 잠자리에 들었던 병사들이 급히 일어나 전투복과 무기를 챙겨 특수 차량에 올라탄다. 병참 밖 도시에는 여기저기 불길이 일어났고 망가진 차량들이 흩어져 있다. 어떤 병사들은 채 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기둥에 명중되기도 한다. 

      무사히 현장에 출동한 병사들은 총을 겨눈 채 도로 한 곳을 둘러싼다. ‘당신은 여기에 있다’고 적힌 아스팔트 바닥 위에 이윽고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한 청년이 나타난다.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수십 명의 병사들이 그를 향해 총을 쏘지만 청년은 쓰러지기는커녕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병사들을 한 번에 몰살시킨다. 그의 여유로운 표정은 높은 레벨에 올라 무소불위의 힘을 갖춘 게이머가 어떤 기분으로 스크린 속 전장을 누비고 다니는지 잘 알려준다.  

  •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데는 대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설사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든 일을 해냈다 해도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에선 다르다. 머리와 손가락만 민첩하다면 격투기의 최강자가 되는 것은 물론 전 우주를 정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광고 속 주인공처럼 수백 명의 무장병사들을 몰살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중단(Quit)’이나 ‘재시작(Restart)’ 버튼을 눌러 다시 시도하면 된다. 컴퓨터 게임은 스포츠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도파민 분출 메커니즘을 촉발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게임기를 손에 쥔 사람은 몇 년 동안 사법시험 공부를 한다든지 벤치 프레스에 누워 땀 흘릴 때에 비해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승리’라는 자막이 뜨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나면 그 성취감도 이내 사그라진다는 사실. 미국 BBH가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