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정신 강조해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일선 부처, 아직도 정신 못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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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10시.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되는 날.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 발표를 위해 연단에 섰다.그리고 박 대통령 좌우로 각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들이 병풍처럼 모여 앉았다."우리는 지금 도약이냐 정체냐를 결정지을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무서운 재앙이 소리 없이 다가온다."[여기서 도태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외치는 대통령의 목소리는 비장했고,
장관들의 표정은 떨떠름했다.30분이 넘는 담화문 발표 동안 몇몇 장관들은 눈치 없는 하품을 연발했다.자신들이 왜 여기 끌려나와 있는지를 모르는 표정들.청와대 한 말단 과장이 이렇게 말했다."요즘 일선 부처와 청와대 분위기가 정반대인 거 같다.
청와대는 긴장에 연속인데 일선 부처는 그냥 그런 것 같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 ▲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 좌우에는 각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했다. ⓒ 뉴데일리
일 똑바로 안하지? 내 밑으로 집합!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가 점점 비장해지는데는
생각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처에 1차 책임이 있다.조원동 경제수석의 거위털 발언부터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개인정보 사태 망언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사태까지.박 대통령은 경제, 안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터지는 말실수와
지난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복지부동의 공직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이달 들어 계속되는 부처 업무보고에서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져 나갈 때까지 무는 진돗개를 예로 들며 적극적인 실천을 공직사회에 주문했고,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하는 국수가 불어터지면 아무도 먹지 않는다는 말로 신속한 법안 통과를 여의도(국회)에 읍소했다.청와대 분위기는 심각한데, 일선 부처는 분위기 파악을 못했다.박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자주 웃는다며 요즘 분위기가 좋다는 둥
헛물만 켰던 것이 장관들이었고, 여의도 정치판이었다.경제성장률 예측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졌고,
몇년을 씨름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는 점점 더 암울해졌다."대통령은 지금이 우리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는 것 같다.
그래서 속도를 내고 성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장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
박 대통령에게는 실망으로 다가섰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
- ▲ 업무보고를 받는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대북정책부터, 청와대로 집중!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던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손을 쓴 곳은 통일안보 분야였다.청와대 국가안보실에 5년 만에 부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까지 흡수시키며
외교안보 분야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부상시켰다.힘을 받은 국가안보실은
3년4개월만에 재개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확실한 추진력을 인정받았다.박 대통령은 여기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청와대가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당장 통일부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존재감이 약해지면서, 앞으로 통일준비위나 국가안보실 하위 기관으로 전락할 분위기에 우려와 걱정을 쏟아낸다.관련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하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최근 남북고위급 회담에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수석대표로 직접 나선 점이나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으로 내정됐던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다시 통일부로 돌려보낸 것도
[더 이상 통일부가 설렁설렁하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통일준비위에 대해 "대통령 직속이니 청와대가 중심이 돼서 구체적인 활동계획도 만들고 이를 발표하는 자리도 앞으로 생길 것"이라며 의중을 크게 숨기지 않았다.가급적 부처의 자율권을 보장해왔던 그동안의 청와대 반응과는 사뭇 달라진 뉘앙스다.경제도 내가 직접! 빨간펜 선생이 떴다!경제 분야에 대한 박 대통령의 [몰아치기]는 통일 분야보다 더했다.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기획재정부가 짠 핵심 내용 중 절반을 드러냈다.당초 기재부가 사전 브리핑을 통해 밝힌 100대 과제 중 44개가 박 대통령의 담화에서는 빠졌다.과제가 너무 많고 비슷한 맥락이 중복됐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고 기재부의 변명이었다.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했던 하나를 하더라도 끝을 내라는 진돗개 정신의 연장선이다.당장 경제부처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무서운 빨간펜 선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당황한 현오석 부총리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우선순위를 따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송구스럽다"는 말에 더 무게를 뒀다.그동안 각종 구설에도 재신임을 거듭했던 박근혜 대통령이었지만, 돌아설 때는 냉정했다.말실수와 야당의 공격에도 끄떡없던 경제 파트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성과를 내려 하지 않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셈이다.상황이 이런데도 경제부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애초에 제대로된 정책을 짜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게 그들의 변명이다.박근혜 대통령이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1월 6일.불과 2달도 되지 않는 시간에 3년을 계획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이다.하지만 박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고, 처분도 매서웠다."일선에서는 대통령이 너무 급하게 몰아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부터,
취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속도를 내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를 부처에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게 더 맞는 말일 거 같다.""대통령은 이미 우리나라 상황이 상당히 다급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실제 현실도 그런데
공직사회는 너무 느긋한게 아닌가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