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 '기자수첩'에 이 신문 권대열 정치부 기자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특사단이 15일 일본으로 출발했다.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단장이고,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권철현 의원, 이 당선자가 경선 승리 후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던 전여옥 의원이 포함돼 있다. 특사단이 파격적인 환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앞서 이 당선자는 전날인 14일 왕이(王毅) 중국 특사를 접견했다. 왕 특사는 "(한·미·일 관계를 중시하는) 이 당선인 취임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지만 저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당선인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 당선자측은 "왕 특사가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이지 중국 정부의 인식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외교적 표현을 쓴 사실상의 경고다.

    정확히 5년 전인 2003년 1월 13일, 일본 정부 특사인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한나라당과 노무현 당선자를 방문했다. 한나라당은 모리 전 총리가 "노 당선자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반미감정을 갖고 있어 걱정이다. 당선자가 한·미·일 공조를 중요시 여기고 있는지 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브리핑했다. 노 당선자측과 일본 대사관은 "언론에서 그런 보도를 접했다는 것이지 일본 정부 생각이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그 뒤의 일들은 우리가 아는 대로다. 2004년 총선 직후 초선 의원 13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로 중국(55%)이 미국(45%)을 제쳤다. 그 뒤 한·중 관계는 좋아졌고, 한·미·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었다.

    이명박 당선자는 "중국도 중요시한다"고 말하지만 이런 의중이 중국 쪽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일 관계에서 밟았던 지난 5년간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왕 특사를 통해 전해진 미세한 경고음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