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5일 사설 '김 국정원장의 대선 전날 방북, 청문회감이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선을 하루 앞둔 작년 12월 18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했음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초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 중앙식물원에 기념 식수한 소나무에 표지석(標識石)을 설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국민을 놀리겠다는 것인가. 국가 정보기관의 총수가 표지석 때문에 대선 전날 몰래 북한에 들어갔다니, 누가 이 말을 믿겠는가. 국정원장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가.

    김 원장의 방북은 노 대통령의 재가를 얻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노 대통령이 경위를 밝혀야 한다. 대선 전날이면 공직사회가 전면 비상 상태여야 할 시점이다. 일선 경찰서 간부들까지도 비상 대기를 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자리를 비우고 평양에 갔다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결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시중에는 당시의 선거용 북풍 기획설이 난무하고 있다. 아무리 해도 대선 판세를 뒤집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권이 북측에 모종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노 대통령 재임 중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언급한 바 있는 ‘퇴임 후 방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현 정권과 북이 취해 온 행태를 보면 이런 얘기들을 무시해 버리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정권은 다수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에 유난히 많은 경협과 지원을 약속했고, 대선을 앞두고 북은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집권에 반대했다. 김 원장의 방북이 그 연장선에서, 그것도 은밀하게 이뤄졌으니 현 정권과 김정일 위원장 간에 무슨 거래가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국정원장이 이런 식으로 북을 드나들어서는 안 된다. 설령 좋은 일로 방북할 일이 생겼다고 해도 대선 전날은 피했어야 했다. 대선 때마다 북풍 시비로 시끄러웠던 일을 벌써 잊었는가. 노 대통령과 김 원장이 해명을 거부한다면 국회 청문회라도 열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