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훈 판사, 미성년자 유린한 장석우에게 '6년 실형' 선고"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우월적 지위 남용..죄질 무겁다"
  • 국내 법조계에선 피고인이 동종전과가 없는 '초범'일 경우, 실형 대신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단, 피고인의 죄질이 크게 나쁘지 않는 경우에 한한다.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중차대한 범죄'일 경우엔 재판부도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평범한 수준'의 범죄자들은 대개 이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21일 오전, 법원의 판례를 깨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 10형사부 권기훈 판사는 오전 10시 30분에 열린 한 피고인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피고인석이 앉은 사람은 연예기획사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의 장석우(54) 대표.

    권 판사는 '원심에서 내려진 징역 6년의 실형이 너무 무겁다'며 선처를 호소한 피고인의 요구를 묵살했다.

    범행 수법이나 관계 당시 피해자들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징역 6년형'을 언도한 원심 형량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권 판사는 "피고인 장석우가 동종전과도 없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를 본 사정도 있지만, 어린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기 힘든 정신적인 상처를 안겼다는 점에서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양형이 부당하다는 피고인 측 호소가 있었습니다.
    이에 기소된 범행 내역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보호 감독해야 할 만 19~20세의 여성들과 상습적으로 4회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이 중 위력에 의한 간음이 몇차례 있었고, 성추행이 2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한 가수지망생에 대해서는 3차례 위력에 의한 간음이 있었고,
    나머지 18세 피해자에 대해서도 위력에 의한 추행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범행에 대한 원심 형량은 매우 적법하다고 판단됩니다.

    권 판사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개인적인 성적 욕구를 해결하고자 어린 연예인 지망생들을 유린했다"며 "이는 명백히 위력에 의한 감음 행위"라고 규정했다.

    유명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채용하고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습니다.
    어린 피해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자존감'을 유린하고,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기 힘든 수치심과 정신적인 피해를 안겼습니다.

    나아가 권 판사는 "장석우가 여전히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피해자 한 명이 피고인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피고인은 지금껏 피해자들과 사전 합의가 있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한 명과는 합의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해당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엄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권 판사는 "지난 결심 공판 때 피고인 측이 역설했던 '정상참작 사유'를 감안한다하더라도, 죄질이 너무나 무겁다는 측면에서 원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항거불능의 상태는 아니었고 강압적인 행위도 동원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후 피고인과 합의한 두 명의 피해자가 피고인 장석우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실도 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재판 중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에 실패한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공탁을 하고 추가로 공탁금을 기탁한 점도 인정합니다.
    여기에 가족 등에 대한 부분도 정상 참작될 소지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죄질이 너무나 무겁다는 측면에서 원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죄질에 비추어 원심 형량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합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지난 결심 공판 당시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으며 ▲10살, 7살에 불과한 어린 자녀들과 노모를 양육·부양해야 하는 가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며 집행유예 판결을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고, 피고인이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때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초범'에게 실형을 언도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한 또 다른 사유, '자신이 조폭 출신이라는 공소 내역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조폭 출신이라고 알려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은 '양형 부당'과 더불어, '잘못된 소문'이 공소장에 적힌 부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바로 피고인이 회사 내에서 조폭 출신으로 알려졌다는 부분인데요.
    피해자와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회사 내에 피고인이 조폭 출신이라고 알려진 사실이 충분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관련 내역이 사실과 다르다는 피고인 측 주장과는 별개로 (조폭이라는 얘기가 퍼진 것은)적법한 사실이라고 판단됩니다.

    ■ 오픈월드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이란?

    연예기획사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장석우는 2010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한 소속 연예인 지망생 3명을 상대로 10여 차례 이상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해 4월 구속 기소됐다.

    신인 연기자나 가수 지망생들을 자신이 있는 사무실로 불러 일탈 행위를 즐긴 장씨는, 갓 데뷔하거나 데뷔를 목전에 둔 남자 가수들에게 여성 연예인 지망생들과 관계를 맺을 것을 종용하고 이를 훔쳐 보는 엽기적인 행각도 벌였다.

    수년간 기획사 사무실에서 은밀히 자행돼 왔던 장 대표의 '만행'은 피해 여성 일부가 그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장석우의 파렴치한 행위가 하나하나 보도를 통해 전파되면서, 이 사건을 두고 '연예계 도가니 사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당초 성폭행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상 특수강간' 혐의를 받았던 모 그룹 멤버들은 조사 결과, 범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해 여성'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당초 4명이 장씨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로 알려졌지만 이 중 한 명은 장씨와 합의, 공소가 기각되면서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총 3명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장석우의 혐의는 대부분 사실로 간주됐다.

    지난해 8월 진행된 선고공판(1심)에서 재판부는 오랫동안 여성 연습생들을 상습 성폭행해 온 혐의를 들어 피의자 장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장씨의 신상 정보를 5년 간 공개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40시간을 이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여성 중 일부와 합의를 했으나, ▲피고인이 미성년자들과 성행위를 가진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이 과정에 업무상 위력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죄질이 매우 나쁜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했다.

    장씨는 재판을 받아오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다가도 ▲피해 여성 측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시도하고, ▲탄원서와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처벌을 '감면'받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같은 장씨의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재판부는 피해자들과의 합의서·고소취하서 등을 내밀며 '보석'을 신청한 장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수치심과 상처 등은 고려치 않고 자신의 '감형'에만 초점을 맞춘 장씨의 행동에 정상 참작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행동을 보면 아직도 이번 사안의 중차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피해 여성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판부로부터 1%의 동정도 받지 못한 장씨는 '초범'임에도 불구, '징역 6년'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